MBC 문화방송(이하 MBC) 김장겸 사장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노조원들의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김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들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홍위병"이라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김장겸 사장에게 '이명박근혜'로 대표되는 지난 9년은 그야말로 꽃길만 걸었던 최고의 시절이었습니다. 전 사장이었던 안광한 체제 시절 보도본부장이었던 김 사장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축소 보도를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시청자들 및 내부 구성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 와중에 사장 자리에 오른 김 사장은 "적법한 절차를 걸쳐 선정된 대표이사 및 경영진이 노조의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퇴진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파업을 할 때마다 MBC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졌다"면서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낭만적 파업으로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는 방식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과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는 분은 김 사장님 아닐까요? 지금은 김 사장님 같은 분들이 활개를 치던 '이명박근혜' 시절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으킨 촛불 혁명은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렸고, 이후 새롭게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틈만 나면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MBC와 KBS 개혁에 관심이 많은 분으로 알려져 있구요. 그리고 현 MBC 경영진이 그렇게 강조하는 시청자들 또한 지금의 경영진이 이끄는 MBC 편이 아닙니다. 아, 지난겨울 태극기를 열심히 흔들었던 분들은 현재의 MBC를 지지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이렇듯 모든 상황이 김 사장님이 이끄는 MBC에 유리하게 돌아가지 않는데, 자리에 연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 사장님 말씀대로 정치권력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영방송의 사장이 '억울하게' 잘리는 일은 없어야겠죠. 그런데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아나운서, PD, 기자들에게 스케이트장 관리 업무를 맡기고, "너 아니어도 할 사람 많아"라는 식으로 모욕을 주는 데 일조한 사람이 그런 말할 자격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총파업에 결의한 노조원들에게 "문재인 홍위병"이라는 말까지 하셨다고 하는데, 오히려 사장님이 문재인 대통령 인기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영방송 정상화 의지를 강조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더욱 돋보이게 하니까요.

하지만 사장님이 어떻게 생각하든 이대로 물러날 MBC 노조원들이 아닙니다. 총파업은 기정사실화 되었고, 지난 23일에는 'MBC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하여 김 사장님을 비롯한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을 방송언론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장에 고발장을 제출하였다고 합니다. 지난 10년간 MBC의 몰락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의 인기도 공영방송을 살리고자 하는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처럼 국민 대다수 여론은 공영방송 정상화 지지입니다. 국민들 너도나도 정상화를 염원한다는 것은 그간 MBC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말이겠죠. 그래도 언론인의 양심이 아직 살아 있다면, 하루 빨리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으로 봐서는 그걸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것을 잘 알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