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진행된 KBS 2007년도 임·단협 협상이 최근 결렬되면서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위한 수순에 돌입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박승규)는 지난달 21일 임금과 단체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3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서를 접수한데 이어 오는 12일부터 3일간(부재자 투표 10~11일) 조합원 4400여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파업 등 쟁의행위가 의결되려면 재적 조합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미디어스
KBS 노사는 '기본급 2% 인상 뒤 반납'(내부 비정규직 관련 기금으로 활용)과 조합원 1인당 월 10만원의 '복지카드' 지급 등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 같았으나 퇴직금 누진제 폐지와 관련해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최종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파업 찬반 투표를 앞두고 지난 4일부터 전국 순회 조합원 설명회에 나선 KBS본부는 "그동안 수신료 인상 분위기를 해칠까 우려해 임단협 과정에서 조합의 기본적이고 정당한 요구를 자제해 왔는데도 정연주 사장 등 경영진은 수신료 인상 국면을 오히려 노조의 무한희생을 강요하는데만 활용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수신료 현실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시점이 된다면 고통분담도 선언할 준비가 돼 있지만 올해 수신료 인상이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에서 노동자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 국면'에 잔뜩 얼어붙은 노사관계까지 첩첩산중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한 관계자는 "회사는 퇴직금 누진제 폐지로 수신료 인상의 명분을 삼으려고 하지만 노조 입장에서는 내년 2월 임시국회 상황을 보면서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본급 인상분 반납에 이어 퇴직금 누진제 폐지까지 합의할 경우 조합원들이 받을 정서적 상실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TV수신료를 월 40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은 지난달 20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돼 법안심사 소위로 넘겨졌으나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됨에 따라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이번 KBS 임단협이 사실상 큰 논란이 될만한 쟁점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협상 결렬과 파업 수순 돌입 등 '파국'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수신료 인상 국면에서 노사 양쪽이 처한 운신의 폭이 좁은 탓도 있지만 노사간의 기본적인 신뢰와 믿음이 부족한 것도 큰 이유다.

이와 관련해 KBS 경영협회(회장 이도영)는 지난달 28일 발간한 회보에서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노사간의 협상을 바라보는 구성원의 마음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며 "임금인상을 이유로 중노위에 조정을 신청하고 파업을 감행한다면 지금까지도 수신료 인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대다수의 시청자들에게 더 큰 빌미를 제공할 수 있고 수신료 현실화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던 시민사회단체마저도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KBS경영협회는 그러나 사측에 대해서도 "경영진은 잔뜩 웅크린채 아무런 위험도 감수하려 하지 않으면서 노조에게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를 궁지에 몰아놓고 무조건 항복하라는 것과 같다"며 경영진이 '활로'를 먼저 열어야 한다는 처방을 주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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