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미디어진상에 한나라당이 선정됐다. ‘이달의 미디어진상’이 언론이 아닌 정당에게 ‘수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월에는 신정아씨 ‘누드사진’을 게재한 문화일보가 선정됐고, 10월에는 옥소리씨 이혼 소식을 ‘수준 낮게’ 다룬 스포츠조선이 선정된 바 있다.

한나라당이 11월 ‘미디어진상’에 선정된 것은 애초 예상을 뛰어넘은 이변에 속한다. 애초 강력한 ‘우승후보’는 삼성 비자금과 관련해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언론이거나 아니면 노골적으로 삼성 ‘물타기’ 보도에 나선 중앙일보나 동아일보가 ‘당첨’되지 않겠냐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예상을 뛰어넘고 한나라당이 ‘미디어진상’에 올랐다.

▲ 지난 10월29일 오후 김학원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한나라당이 미디어진상에 선정된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알 권리보다는 당리당략 차원에서 TV토론을 거부하고, 언론사를 항의 방문하는 등의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때도 아니고 대선을 앞두고 특정 언론사의 보도를 문제 삼아 TV토론을 거부한 행위는 방송을 길들이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미디어스>는 판단했다.

게다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의 한 측근이 “MBC를 좌시하지 않겠다. 집권하면 민영화시키겠다. ‘힘이 있을 때 해야 하니 집권 초기에 추진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명백한 협박이자 언론탄압이라는 게 <미디어스> 편집진 내부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편파방송’ 운운하며 언론사를 상대로 협박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의 이중적인 행태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미디어스>는 한나라당이 이런 식의 언론압박을 자행하고 있는 원인을 두고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대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대세론을 형성해가고 있는 1위 정당의 오만함이 배경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과거 민정당과 신한국당을 ‘원조’로 삼고 있는 보수 극우정당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행동이 앞섰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미디어스>는 원인이야 어찌 됐든 한나라당이 여전히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견해를 보였다.

지난 3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나라당은 지난 97년에는 MBC의 호남 출신 기자들을 계산해 MBC가 ‘호남방송’이라고 하더니 2002년에는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 이름 앞에 ‘이회창’을 빼라며 병역비리 관련 토론회를 거부했다. 한나라당은 너무나 정해놓은 수순으로 가고 있어 이제 놀랍지도 않을 정도다.”

하지만 <미디어스>는 정말 놀랍고 또 놀라울 뿐이다. 그 놀라움을 ‘11월의 미디어진상’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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