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취향은 4회를 마치면서 두 가지 상징 장치를 남겨두었다. 아마도 그 둘은 결국 하나의 의미를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외모를 가진 손예진이 필요 이상으로 망가진 외모로 분장했는데, 마치 김아중이 뚱뚱한 여자로 나왔던 것을 간간히 떠올리게 한다. 대체로 왜 저럴까 의문을 가졌을 것인데, 그것은 술에 취해 개인을 찾은 창렬의 놀라운 고백과 그것으로 인한 개인의 변화를 시각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바람둥이 창렬이 개인을 떠나 인희에게 간 결정적 계기가 참 놀랍다. 개인은 비 맞은 강아지에다가 소녀였고, 인희는 남자인 창렬에게 여자로서 다 주었기 때문이다. 이해할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은 알쏭달쏭한 얘기다. 드라마 개인의 취향도 그렇고, 이 글도 꼭 성인만 읽는다는 보장이 없기
치열한 삼파전을 예상했던 수목 드라마전쟁이 다소 싱겁게 결판이 나는 분위기다. 1강 2중의 구도가 되버릴 듯 한데, 신데렐라 언니가 그 1강임은 누구나 짐작할 것이다. 신데렐라 언니는 짜증날 정도로 흠이 없는 문근영의 케릭터와 연기로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서우에 대한 시청자의 오해와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 용수철처럼 솟구칠 잠재력까지 갖추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의 추이는 드라마 속사정도 그렇거니와 오히려 바깥에서 작용할 변수가 더욱 커 보인다.각각의 드라마가 4회까지의 전개를 모두 보여주었다. 신데렐라 언니의 두 자매는 8년 후로 순간이동을 했고, 덜렁이 쑥맥녀 박개인은 드디어 여자임에도 여자이지 못했던 자아를 파악하고 여자 찾기의 화두를 잡았다. 검프. 대략 검프도 진짜 검사가 되기 위한 마혜리식의 동
루저파문 이후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미수다가 개명과 함께 토요일 주말 저녁 시간대로 전진 배치된다고 한다. 예능이라고 보기 어려운 관제의 냄새 진한 새 이름을 단 '쾌적한국 미수다'에게 배정된 시간이 토요일 저녁 7시 10분이라는 것을 보니 천하무적야구단이 누렸던 80분을 덜어내 줘야 할 것이다. 세상은 참 요지경 속이라 월요일 심야에서 주말로 옮겨 예기치 못한 시청률 폭발도 없을 거라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 경우만은 절대로 아니라는 단언도 가능하다. 차라리 청춘불패라면 어떤 가능성도 점쳐 볼 수 있겠지만 최악의 이미지를 안고 있는데다가 바뀐 포맷 이후 정부 홍보성 방송으로 구설수에 오른 전력까지 더했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포맷으로 치열한 주말예능으로의 진출은 자살행위가 다름없
다큐멘터리는 방송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드라마, 현란한 예능 그리고 통쾌한 시사보도와 달리 다큐멘터리는 그 셋의 수식어 중 무엇도 붙이기 어렵지만 동시에 모두 가졌다고도 할 수 있다.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이 그랬다. 한국 상황에서는 드물게 극장상영까지 갈 정도였으니 다큐멘터리의 꿈을 다 이뤘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그러나 대부분의 다큐멘터리는 사정이 그러하지 못하다. 그렇지만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는 무거운 카메라를 어깨에 얹어놓은 채 잊혀져서는 안 될 어떤 사정을 필름에 담고 있을 것이다. 그 속에 분명 KBS '다큐멘터리 3일'팀도 있을 것이다. 개그우먼 김미화를 내레이터로 기용했다가 경영진의 꾸지람을 받아 화제가 된 '다큐멘터리 3일'은 시청률도 잘
놀러와 록의 전설 편은 보는 이에 따라서 평가가 엇갈렸을 것이다. 김종서가 닦아놓은 예능록커의 길을 이어받은 김태원은 그나마 시청자 눈에 익었지만 록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면 도대체가 뭐하는 사람들인가 싶은 출연진들이었다. 백두산의 유현상은 그나마 트로트를 부른 적이 있기도 하지만 한동안 티비를 떠나있었던 터라 낯설기는 다른 멤버들과 그다지 다를 바 없었을 터다. 그렇지만 나이 좀 되는 시청자라면 향수에 젖을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김태원과 유현상 두 사람 위주로 가리라 예상했지만 방송 편집은 가능한 전 멤버에게 고루 분량이 주어졌다. 그중에서도 방송출연을 위해서 단체로 퍼머까지 했다는 백두산 쪽이 좀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방송이 끝난 후 실시간 검색어에 오랫동안 오른 사람은 김태원과 함께 환상
동이의 파격이 거침없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풍산동이 한효주의 케릭터는 사극에서 보기 힘든 대단히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데, 그보다 훨씬 아니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파격적인 케릭터로 변신한 숙종에게 마침내 누리꾼들은 '허당숙종'이라는 별명을 붙이고 말았다. 숙종은 운석조각으로 관자를 만들어 흉조 운운하며 장옥정을 음해하려던 서인들을 일축하던 유머러스한 통치스타일이나 궁녀들에게 손 인사를 나누는 로맨틱한 모습보다 훨씬 더 비약적인 파격을 보여주었다.입궁하자마자 벌어진 음변사건으로 인해 장옥정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고, 숙종은 의금부와 사헌부에 원인을 당장 찾아내라 불호령을 내렸다. 그런 사건의 와중에 동이는 장옥정 처서를 기웃거리다가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외딴곳 헛간에 갇히
방통위의 제재로 시끄러웠던 4월 3일 저녁은 천암함 사고로 인한 예능자제 분위기 속에 무한도전은 결방 대신에 최현미와 쓰바사의 감동을 다시 내보냈다. 의도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방통위의 제재를 더욱 머쓱하게 만들었다. 자의적 경험에 의한 것이겠지만 소위 예능이라는 것을 보면서 눈물겹게 하는 것은 딱 두 가지가 있다. 매번 그런 것도 아니지만 일밤 단비와 가끔의 무한도전이 그렇다. 요즘같이 팍팍한 시대를 살면서 감동이라는 낯선 감정을 가슴에 담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누가 됐건 살기 참 어려워진 요즘 때론 감동조차 버거워 그저 누군가 웃겨주면 그것이 그렇게 고맙고 다행일 수가 없기도 하다. 무한도전은 유재석을 비롯해서 예닐곱의 사내들이 대한민국 평균이하의 케릭터로 위장하고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는 내게 금지된 모든 것을 욕망 한다'는 익숙한 문장이 오랫동안 회자되듯이 모름지기 문학이나 예술이란 것은 본질적으로 금기에 대한 도전과 시비를 주체하지 못한다. 예술의 그런 성향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깊은 심연을 대변하는 것이다. 게이나 레즈비언에 대한 관심은 금기인 동시에 크나큰 호기심의 대상이다. 성적 소수자인 그들을 흔히 대할 수 없는 것이 그 금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지만, 여자가 갖는 게이에 대한 혹은 남자가 레즈비언에 대한 은밀한 호기심과 욕망은 쉽게 드러낼 수 없는 그러나 대단히 자극적인 것이다.손예진, 이민호 주연의 개인의 취향은 남녀 모두에게 기대를 주었던 드라마이다. 무엇보다 수목의 저주에서 벗어나고픈 MBC 드라마 제작국의 기대가 가장 컸을 것이다. 3개의 드라마가 동시에
아이리스를 통해 배우 김소연은 배역 이상의 호감을 얻었다. 동갑내기 배우 김태희가 배역만큼의 보상을 못해주었고 대신 김소연이 그 허전함을 채워주었다. 게다가 연말의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보여준 김소연의 엉뚱하면서도 한편으로 차별당한 느낌까지 더해져서 그녀에 대한 호감과 지지는 대단히 높아졌다. 웬만하면 배우로서 그런 호감과 이미지를 차기작을 통해 잘 포장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웬걸 김소연은 천하에 비호감인 된장녀에 무개념 케릭터로 등장했다. 하필 그것도 검사라는 직업이었다. 사실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검사 프린세스 첫 회를 보면서 언뜻 떠오른 것은 키무라 타구야의 히어로였다. 실제로 검사 프린세스의 세트장도 히어로의 구조와 흡사하다. 그러나 주인공 케릭터는 같은 듯하면서도 전혀 딴판이었다.
무한도전이 방통위로부터 막말 권고를 받았다. 현실적인 제재 없는 말 그대로의 권고사항이라고 하지만 유난히 MBC 그것도 무한도전에 대한 방통위의 식지 않은 관심과 애정에 놀라울 따름이다. 그런데 방통위가 지적하고 나선 것이 대단히 하찮은 것들이라 기관으로서 권위를 스스로 실추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될 지경이다. 방통위의 엄숙한 시선에만 '야! 너 미친 놈 아니냐?' '다음 MT 때는 내가 똥을 싸겠다' 등의 저속한 표현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받았다. 그런데 저런 정도의 대사는 일반 드라마에서 아주 빈번하게 대할 수 있는 가벼운 것들이다. 그것이 무한도전이기에 문제가 된다는 것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방통위의 제재 이전에 무한도전은 스스로 쩌리짱, 뚱보 등의 케릭터 별명도 사용하지 않겠
추노의 종영을 기다리던 새 수목드라마 세 편이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일단 출발신호를 가장 경쾌하게 받은 것은 문근영의 신데렐라 언니였다. 그리고 그 뒤를 손예진의 개인의 취향과 김소연의 검사 프린세스가 느슨한 신발끈을 매고 달릴까 그냥 달릴까를 고민하며 뒤쫓고 있다. 뚜껑을 열기 전에는 무엇을 봐야 하나 심각한 고민을 주었지만 일단 첫 회를 보고나서는 대강의 가닥은 잡힌 듯싶다.워낙 문근영 대 손예진의 대결구도가 손에 땀을 쥘 만큼 흥미로웠던지라 아직 다른 인물에 눈 돌릴 여유가 많지는 않지만 세 편의 드라마를 보면서 다소의 실망감을 갖게 되었다. 추노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명성만큼이나 구설수도 많았던 추노가 맞닥뜨린 최대의 시청자 불만은 최장군과 왕손이의 죽음이었다. 그래서였는지
동이의 험난한 어린 시절이 마침내 막을 내렸다. 4회 말미에 풍등보다 더 밝은 미소로 다음 주를 예고한 다 자란 동이 한효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돈은 많이 썼으나 비효율적이었던 초반의 불안함을 불식시킬 이병훈 감독의 전문분야인 궁궐 내부로의 전개를 뜻할 것이다. 혹자는 결국 전작들과 비슷한 형태로 흘러갈 것이라는 다소 냉소적인 전망도 내놓지만 따지고 보면 50부작이나 되는 장편 드라마에서 아주 새로운 형식의 출현은 아직 때가 아닐 것이다. 한편 최효원을 구하려던 차천수는 거사를 벌이기 전 기생 설희에게 동이를 부탁했고, 동이의 오라버니 동주를 연모했던 설희는 정인을 대하듯이 동이를 찾았고 결국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었다. 설희는 동이와 게둬라를 무사히 도성 밖으로 빼돌리고 양자로 들이고자
부자의 탄생이 부태희 이시영의 일인 독주로 바뀌고 있다. 애초에 지현우의 재벌 아버지를 찾기 위한 흐름은 온데간데없고 부태희 역의 이시영의 존재가 드라마를 완벽히 장악했다. 드라마 스토리는 만화보다 유치하고 식상해서 참고 봐주기 힘든데도 불구하고 마리 앙뜨와네트가 빙의한 듯, 귀여운 악녀 이시영의 천방지축 연기가 날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본래 부자의 탄생은 이보영을 중심으로 두고 시작했으나 거꾸로 이시영의 존재감이 압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시영이 등장하는 신은 정극이 아니라 시트콤인가 싶을 정도로 포복절도하게 한다. 특히 9회의 부태희는 초절정의 무식과 막무가내 대사로 배꼽을 잡게 했다. 이런 부태희의 최강 코믹 케릭터 등극으로 인해 다른 코믹 케릭터들의 역할이 싱거워질 정도가 됐다. 보통은
일밤이 마침내 백기를 들었다. 시작부터 말 많고 탈도 많았던 헌터스의 미련을 모두 접고 새 코너 뜨거운 형제들(아래 뜨형)을 선보였다. 표면적으로는 공익의 후퇴로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시청자의 뜻에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않겠다는 항복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새로운 출발 후 급속도로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패떴2에 대한 공격적인 포진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물론 뜨형이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진단한대로 신선한 포맷은 아니다. 예전 코너였던 대망을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뜨형에는 대망뿐 아니라 많은 벤치마킹의 요소가 녹아들어 있다. 한편으로 보면 복고적 구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일밤의 세 코너 중 하나지만 공익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중요한 각오로 인해 뜨형이 당장 보여주는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니 실명으로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노홍철과 장윤정이 결별하고 한동안 누리집은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장윤정은 이런저런 입장을 밝힌 반면 아무 반응 없었던 노홍철에 대해서 많은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는데, 그와 사적 연락을 취할 수 없는 대중으로서는 그런가 보다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보도행태에서 또 다시 카더라와 받아쓰기 구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무한도전 하하의 복귀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 양편으로 나뉜 듯싶다. 1박2일 김종민의 복귀편과의 차별성과 함께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한 제작진의 치밀한 준비에도 불구하고 하하 복귀편은 예기치 않은 돌부리에 걸렸다. 서해안 해군함정 침몰 소식과 노홍철의 결별이었다. 방영된 시점에서는 이미 노홍철 이슈는 잠잠해졌지만 녹화시점은 결별
워낭소리 같은 예능. 독립다큐영화로 작년 한국사회의 이슈가 되었던 흔치 않은 경우였다. 청춘불패가 전원주택이라는 호사스러운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털털한 탤런트 이계인의 닭장을 방문하고, 그 워낭소리의 주인공 할아버지를 찾아 닭 기르는 법과 일소를 부리는 노하우 등을 배우면서 대국민약속 다섯 가지를 내놓았다. 그중에 웃기겠다는 조항은 없었다. 그것을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무슨 예능의 약속이 이런가 하며 겉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속으로는 대견하다고 칭찬하는 분위기였다.그리고 다시 돌아와서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당장 농기계 운전부터 배우고, 닭을 더 마련하기 위해 농협대출도 받았다. 트랙터 운전을 할 때부터 안색이 검고 안 좋아 보였던 유리는 결국 신종플루로 한 주를 쉬어야 했고, 대신에 한솥밥 먹는 수영이
추노 대단원은 아주 많은 것들을 일사천리로 정리했다. 어떻게 보면 한 시간에 담을 수 없는 너무 많은 내용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먼저 업복은 초복과 헤어진 후 남은 총 네 자루를 들고 혈혈단신 광화문 앞으로 가서 궁궐을 테러한다. 그러던 와중에 궁궐 수비직을 얻은 박기웅을 처리하고, 좌의정 이경식마저 사살하고 붙잡힌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활약이었지만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속풀이는 제대로 해주었다.워낙 커진 시청자 기대치에 대한 팬서비스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업복의 마지막 신은 누굴 죽였다의 의미보다는 저항하다 잡히는 것이고 그때 닫히는 문 사이로 주먹을 불끈 쥐는 반짝이 아비와 말없이 주고받는 눈빛의 의미일 것이다. 반짝이아비는 현실에 저항하기를 거부하고, 문제의식조차 회피하던 사람이었다. 그가
업복과 초복. 추노의 배경에서 살아있는 주제로 몸을 키워온 진짜 노비 이 둘은 짧은 입맞춤으로 다시 만날 기약 없는 이별을 맞았다. 대길과 언년 그리고 태하와 언년의 키스보다 헐겁고 서툰 입맞춤이었지만 죽음처럼 어두운 그들의 삶의 마지막 빛이었고, 단 한 번의 따스함이었다. 사탕키스, 엽전키스처럼 연애의 발랄한 추억으로 여길 수 없는 절망과 고통의 키스였다. 비로소 이들의 얼굴에 새겨진 노(奴)와 비(婢)가 왜 다른 방향이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입맞춤하기 위해 얼굴을 맞대니 노비란 단어가 이어지는 이 기구한 남녀의 모습에 차라리 눈을 돌리고 싶을 정도로 가슴 아픈 장면이었다. 절망의 끝에서 나눈 그 한 번의 키스에 더욱 강조된 노비의 낙인은 잊지 못할 비극의 기억이 될 것이다.
추노의 노비당을 연상케 했던 동이의 검계가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포도청 종사관(정진영)에게 밀지를 전하려다가 금부의 첩자가 분명한 부장에게 들킨 것이 화근이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종사관의 부친인 부제학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검계가 쑥대밭이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인데 그런 중요한 반전의 단서가 설득력을 갖기에 상당히 허술했다. 단역배우도 아니고 보조출연자급이 연기한 것부터가 잘못의 시작이었다. 그 이후 별도로 잡힌 검계 단원이 고문을 당하고 버티다가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는 전형적인 과정은 없었지만 그랬다는 단서로 최효원이 잡힌 현장에 데려와 얼굴 조금 긁힌 것을 보여주었다. 목숨을 걸고 비밀조직에 가담한 조직원이 멀쩡히 서있을 정도의 고문에 모든 것을 털어놨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명불허전이란 말을 아낄 필요는 없었다. 누구나 다 알면서도 충실하기 힘든 시작 5분의 법칙은 동이에서 철저하게 지켜졌다. 같은 붕당의 대사헌을 강변에서 암살하는 장면은 앞으로 전개될 동이의 스토리 구조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서정성과 긴장감을 고스란히 압축해 담아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대장금으로 시작해서 허준, 이산 등으로 이어지는 사극 명가 이병훈 감독의 명성에 걸 맞는 어쩌면 그 이상의 장면들이 보는 눈을 호사시켰다.매번 그럴 수야 없겠지만 첫 회에 거의 모든 드라마의 갈 길이 정해진다는 측면에서 동이의 앞길을 무척 밝아 보인다. 특히 동이의 어린 시절을 그릴 전반 4회의 다소 떨어질 수 있는 관심 때문에 대규모 연희 장면을 비롯해서 추노를 연상케 하는 몇 번의 액션, 그리고 아이들의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