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정희] 길에 소원팔찌 하나가 떨어져 있다. 두 사람이 나누어 끼고 있었을 팔찌일 텐데, 그중 하나가 길에 남겨져 있다. 떨어진 소원팔찌는 정세랑 작가의 7년 묵은 작은 사진 폴더 안에 살포시 담겼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이 길에 두고 가는 '아름다운 것들'에게서 이야기가 탄생한다. , , 의 정세랑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때론 시내버스를 타고 자신이 사는 곳을 멀리 벗어나 보곤 한다. 자신이 사는 곳, 그 땅 밑의 광맥을 찾듯 그렇게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예술이란 무엇일까? 예술이란 무엇일까? 무슨 ‘쓸모’가 있길래 인류 역사 이래 지금까지 존재해왔던 것일까? EBS [다큐프라임]은 8월
[미디어스=이정희] 나이 70쯤 돼서 먹고사니즘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머리에 꽃을 꽂고 한복을 나풀거리며 추는' 고전무용을 배워보고 싶다. 그런데 나의 로망을 일찌감치 실현한 이들이 있다. 내 또래의 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이다. 그들의 삶, 그들의 노동이 '춤'이라는 예술로 구현되었다. EBS 다큐프라임은 8월 9일부터 3부작으로 를 방영한다. 옛날에 예술을 한다고 하면 어르신들이 '밥 굶는다' 걱정하셨듯, 우리에게 예술은 도무지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장르로 여겨진다. 그런데도 선사시대 동굴벽화 이래 예술은 꿋꿋이 인류와 함께 존재해왔다. 오죽하면 문화사학자인 J. 하위징아는 인류를 ‘유희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라 정의 내렸을까? 그런데 정말 예술은
[미디어스=이정희] 진화 심리학자를 비롯한 과학자들은 '동성애'의 진화론적 논거를 찾기 위해 여전히 고심 중이라 한다. '종족번식'은 생물종의 존재에 있어 제 1원칙과도 같은 것인데, 그러한 종족번식의 원칙을 이반하는 동성끼리의 사랑이 인류 역사 이래 유구하게 존재해 왔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설명하기에 난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7월 28일 개봉한 영화 을 보고 있노라니, 과학자들이 그 방향 자체에 대해 고민을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인류에게 종족을 보존하는 것만큼이나, 공감하고 연대하며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삶의 기본 원리라는 믿음을 영화 은 보여준다. 서로 기대어 사랑하며 살아가야 하는 존재인 우리, 그 대상이 이성이건 동성이건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스=이정희] tvN 시즌2의 관전 포인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마흔 줄에 들어선 99즈 5인방의 여전히 싱그러운 연애담이 아무래도 가장 큰 관심사가 아닐까. 하지만 99즈의 애틋한 사연만큼이나 매회 시청자들의 시선을 끄는 건 병원이라는 삶과 죽음이 오가는 공간에서 그들과 엮이며 희로애락의 감정 곡선을 이끌어가는 환자들의 에피소드이다. 그런데 상당수 에피소드의 방식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진행된다. 즉,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행되는 에피소드 뒤에 알고 보면 이런 '사연'이 숨어있다는 식의 반전 포인트가 제시되면서 감동을 배가한다. 8월 5일 방영된 7화 역시 다르지 않다. 진상 보호자에게도 사연은 있다 7화에서 시선
[미디어스=이정희] 김은숙 작가의 은 조선 말 양반의 핍박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한 소년이 어렵사리 목숨을 부지해 미국 군함에 몸을 싣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그 소년이 첫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뉴욕'이었다.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역의 땅에 도착한 소년은 다행히 은인의 도움을 받아 아메리칸 군인이 될 수 있었다. 조선의 소년이 내디딘 낯선 이국의 항구, 뉴욕은 어떤 곳이었을까? 넷플릭스의 범죄수사 스릴러 시리즈물로 찾아온 를 보면 그 시절 뉴욕을 실감할 수 있다. 흥미롭게도 시리즈는 이제는 역사적 인물이 된 루스벨트를 소환한다. 갓 부임한 경찰청장 루스벨트는 강직하며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믿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가 부임한 뉴욕 경찰청은 여전히 몽둥이 찜질
[미디어스=이정희] 외국 시청자들 눈에 우리의 ‘갓’이 패셔너블하게 비춰졌다던가? 시리즈는 가상의 조선 왕조를 배경으로, 탐욕스런 권력과 그에 희생되어 좀비가 된 백성들이라는 신선한 발상으로 화제가 되었다. 좀비 서사의 시작은 ‘생사초’이다. 중전이 회임할 때까지 왕을 살려두기 위해 어의에 의해 처방된 생사초. 하지만 왕은 좀비가 되었고, 그 좀비의 제물로 애꿎은 궁전의 아랫사람들이 희생되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생사초를 제공한 어의와 그의 제자. 그들은 죽어서 고향으로 돌아온다.죽어 돌아온 그들은 '비극'의 시작이 되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을 지경의 사람들에게 죽어 돌아온 이의 육신이 '고깃국'으로 둔갑한 것이다. 권력을 위해 죽음에서 돌아온 왕, 삶을 위해 죽은 이
[미디어스=이정희] 이생망, 모쏠, 코인충, 삼포세대, 금수저‧흙수저 등. 거리에서 만난 청년들에게 이런 단어에 대해 물었다. 취업도 어렵고 결혼도 어려운 세상 ‘삼포세대’가 공감이 간다고 한다. 혹은 흙수저가 자신인 것 같다고 한다. 팀장까지 됐지만 코로나로 실직해 '코인충'이 되었다고도 한다. 결혼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집은 살 수 있을까? 비관적 현실 인식으로 가득 찬 단어들이 우리 시대 청년들을 대변한다. 지난 6월 20일 ‘불평등 사회가 586에게’ 편을 통해 기성세대가 된 50대를 해부했던 KBS 1TV 이 7월 18일 ‘이.생.망. : 이십대 생존 비망록’ 편에서 2021년을 사는 20대 청년에게 주목한다. 특히 36살의 젊은 당대표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
[미디어스=이정희]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 너는 남몰래 혼자 울기도 하겠지 그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 그럴 때 누가 네 옆에 있어줄까?(중략)생각지도 못한 슬픔/ 생각지도 못한 기쁨/ 삶이란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가득찬 숲/그 숲 깊은 곳으로 너는 걸어가겠지 - 『다시 시작하는 너에게』 유모토 가즈미 글, 하타 고시로 그림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그 생각만으로 벌써 일년이...’ 준완과 익순이 헤어지고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1년'이 흐르며 시즌2도 1년을 훌쩍 건너뛰었다. '일년 뒤에도 그 일년 뒤에도 널 기다려'라는 가사처럼 준완은 익순을 못 잊었지만 율제병원의 일상은 여전히 분주하다.
[미디어스=이정희]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화' 옆에 레고로 만들어진 황인기의 2017년작 가 전시되어 있다. 신윤복의 는 천경자가 그린 여인의 얼굴과 마주한다. 그 곁에는 노랑 염색 머리에 짧은 반바지에 핸드폰이 한참인 장우성 화백의 이 있다.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와 나란히 한 조선 후기 풍속도 는 어떨까? 7월 8일부터 10월 1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에서 만난 작품들이다. 고 이건희 회장의 컬렉션이 화제다.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었던 대구 박물관조차 관람객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 미술을 통사적으로 되돌아보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미디어스=이정희] '나는 이제 끝났어.' 55세에 남편을 떠나보낸 와카타케 치사코 씨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인생, 남편의 죽음과 함께 자신의 인생도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칩거한 치사코 씨에게 아들은 '어디 가도 슬픈 건 마찬가지'라며 소설 강좌를 권했고, 63세에 첫 데뷔 소설 로 2017년 문예상을, 2018년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을 읽고 홀로 사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린 오키타 슈이치 감독이 영화화했다. 지난 7월 15일 개봉한 동명의 영화이다. 세 남자가 나타났다, 혼란스러운 노년 그런데 영화는 기대와는 다르게, '과학 다큐멘터리'처럼 광대하게 시작된 자연사의 광경을 목도
[미디어스=이정희] tvN 시즌1에서 가장 가슴 뭉클했던 장면을 꼽으라면 후반부 쯤, 익준(조정석 분)의 집에서의 익준과 송화(전미도 분) 대화 씬이 떠오른다. 신원호 피디답게 시즌1에서도 엇갈리는 사랑의 작대기를 보여줬다. 그 가운데 가장 안타까웠던 건 반지까지 준비했지만 석형(김대명 분)의 고백 앞에 자신의 마음을 꿀꺽 삼켜야 했던 익준의 사연이었다. 그렇게 송화와 엇갈린 익준은 결혼을 했고, 아내를 유학을 보내고 홀로 우주를 키우다 결국 이혼하게 된다. 늘 자신보다는 친구들을, 가족을 우선하는 익준. 그런 익준이 안쓰러운 송화가 익준에게 묻는다. “너는 너 자신을 위해 무얼 해주냐”고.여전히 정성스런 익준 그런 송화의
[미디어스=이정희] 1971년에 필자는 '국민학교'에 입학했다. 어쩌다 아파서 하루 학교를 안 가면 그렇게 좋았다. 언제 아팠냐는 듯 신이 나서 놀면 어른들께 정말 아팠던 게 맞냐고 지청구를 들었다. 한 반에 6, 70명은 예사였던 시절, 전체 인구 중 어린이의 비율이 42.1%였던 때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2020년 7월 1일 기준 한국의 아동 인구 비율은 12.2%, 세계 여러 나라 중 꼴찌다. 이제 아이들에게 학교는 그립고 가고 싶은 곳이 되었다. 일 년 동안 등교 한 날이 평균 42.2일이니 왜 안 그렇겠는가. 이 시대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불리듯, 디지털 환경이 그들의 요람이 되었다. 그렇게 디지털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미디어스=이정희] 집집마다 아이가 하나나 둘인 시대다. 가끔 셋인 집도 있지만 드물다. 이제는 안 낳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저런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그런 만큼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더 '공'이 들어간다. 하지만 공은 들어가는데 점점 더 아이를 키우는 게 쉽지 않다. 7월 12일부터 EBS 다큐프라임은 3부작을 방영한다. 중세시대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으로 여겨졌다. 당연히 교육도 그에 맞추어 이루어졌다. 계몽사상가 존 로크는 아이들은 모두 백지상태에서 태어난다고 주장했다. 역시나 백지상태의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2021년 우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다큐프라임은 21세기에 걸맞은 교육관을
[미디어스=이정희] '사랑하고 일하라, 일하고 사랑하라! 그게 삶의 전부다.‘영화 에서 노익장 인턴 벤이 일과 사랑 사이에서 고뇌하는 줄스에게 전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의 '원작자'는 따로 있다. 바로 프로이트이다. 프로이트는 '사람들은 사랑하면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명언을 투철하게(?) 실천한 이가 있다. 그림만큼이나 끊임없는 여성 편력으로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이다. 예술의 전당 ‘피카소 특별전’ 벽면에는 “나는 평생 사랑만 했다. 사랑 없는 삶은 생각할 수가 없다”는 피카소의 말이 써 있다. 그 말처럼 피카소는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여러 여성들과 사랑을 나누었다. 하지만 피카소는 사랑만 한 게 아니었다. “내게 미술관을 달라 그 안을 채울 것이다”란
[미디어스=이정희] 배가 고팠던 일곱 살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동네 교회에서 '양식'을 나눠 준대서 아이는 동생의 손을 잡고 갔다. 먹을 걸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배고픈 아이의 손에 놓인 건 '마음의 양식', 책이었다. 교회에서 아이에게 준 책은 였다. 그 책을 읽고 이해가 안 된 아이는 엄마에게 물었다. '거품이 된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그러자 엄마는 “공주로 실없게 살던 년이 알지도 못하는 놈한테 미쳐서 형제 부모 다 버리고 딴 세상 가서 몸 버리고 마음 버리고 고생만 드럽게 하다가 인생 종쳤다는 얘기”라고 답한다. 도, 도 엄마의 해석에 따르면 다 그런 식이다. 그 해석은 곧 엄마의 삶이었다. 엄마가 불쏘시개로 쓰는 문학관련 서적, 그건 아버
[미디어스=이정희]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상파의 등장은 '사진'의 발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진술의 등장으로 그림은 더 이상 대상의 '모사'만으로 존재 의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대상의 사실적 모사 대신, 그리는 이의 주관적 해석이 더해진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사진은 그 이전 회화의 영역을 대신하며 자신의 문화적 영역을 개척해나간다. 16세기부터 시작된 사진술의 단초는 19세기 대중화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많은 기술적 진보의 과정을 거쳐 명실상부 현대 문화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1839년 허셀이 처음 사용한 이래 이제는 세계인들의 공용어가 된 사진(Photography)은 우리나라에서도 '근대'의 문명의 일환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올해 12회를
[미디어스=이정희] 지난 6월 20일 방영된 KBS 1TV
[미디어스=이정희] 6월 11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파트2는 아버지를 잃은 소년 아산이 어떻게 '괴도'로 성장하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파트1의 엔딩. 아들 라울의 생일, 아들과 생일이 같은 뤼팽의 원작자 모리스 르블랑을 기념하여 의 모티브가 된 에트르타의 촛대 바위로 아산(오마르 시 분)과 아들 라울, 전 여친 클레르가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즐거웠던 그들의 여행은 라울의 납치 사건으로 변모한다. 킬러를 보내 자신의 비리를 추적하던 여기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거부 펠레그리니는 그녀와 함께 자신을 위협했던 아산의 목숨마저 거두고자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아산과의 대치에서 역부족이었던 킬러는 아산을 직접 공격하는 대신 그의 아들 라울을 납치하는 편법을 택한다.이민
[미디어스=이정희] 비만은 늘 허기에 시달리던 원시시대 어떻게든 지방과 탄수화물을 축적하여 추운 계절을 견뎌내야 했던 인간 진화의 결과물이다. 물욕은 비만과 다르지 않다.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더 많은 걸 갖고자 하는 생물학적 본능에 기반을 둔 '허황한 갈망'이다. 그리고 소비문화에 기반한 광고 등이 그 갈망을 조장한다. 현대 사회에서 성공은 '물질적 성공'을 의미했다. 그런데 과연 그 성공을 통해 우리들은 행복해졌을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은 물건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현대인의 ‘공허한 존재론’을 통찰한다. 다큐는 미니멀리즘에 대한 책을 출간하고 미국 전역 투어에 나선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 두 사람의 이야기로부터
[미디어스=이정희] 카카오TV 오리지널 드라마 는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노휘오와 강박장애를 가진 이민경이 홍직아파트 506호와 507호, 옆집에 살게 되며 그려지는 로맨틱 멜로드라마이다. 공황장애가 생소한 용어가 아닌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노휘오와 이민경이 각자 겪은 사건으로 인해 심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건 낯설지 않게 다가온다. 그러기에 두 사람이 '치유'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과정은 그들의 사랑만큼이나 보는 이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또 한 사람의 이웃일 뿐 그런데 은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그 외 등장인물을 통해서도 우리의 마음을 덥혀준다. 두 사람이 사는 곳은 홍직아파트. 아직도 어두운 밤 뒷골목에서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