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강남규 칼럼] 대한민국에는 선상투표제도라는 게 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있어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배 위에서 팩스로 투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2005년 원양어선 선원들이 선상 유권자들에 대한 투표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고, 헌법재판소가 2007년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며 도입됐다.판결 요지는 명료했다.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얘기다. “선거권은 국민주권의 원리를 실현하기 위한 헌법상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권리로서 … 일반인에 대한 선거권의 제한은 불가피한 예외적 사유가 존재할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 정부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권자의 선거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뜻이다. 달리 말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십사 년을 함께 산 강아지가 죽었다. 신문사에 보낼 ‘겨를’이라는 글을 쓰고 있을 때였다. 밥도 잘 먹고, 잘 뛰어놀던 강아지가 종일 기운 없이 누워 있고, 호흡도 좋지 않은 것 같아 자정이 넘은 시간에 병원에 데리고 갔다. 주치의는 없었고, 야간 당직 수의사가 있었다. 응급상황은 아닌 듯 주치의에게 연락하지 않았고, 강아지는 상태를 지켜보아야 하니 놓고 집에 돌아가라고 했다. 집에 돌아오니 새벽 세 시가 넘었다. 잠깐 누웠는데 여섯 시가 넘어 동물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심정지가 왔다는 말이었다. 가는 도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유례없는 위기 속에서 치러지는 총선이다. 신문 지상에 등장한 해외의 경제전문가들의 발언을 보고 있으면 이제 인류 문명은 끝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 정도다.이런 불안감은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로 번지고 있다. 밑바닥에서는 이미 자영업 붕괴와 고용불안이 현실화 되고 있다. 정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영세자영업자와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자들은 비명소리도 내지 못하고 파국으로 이미 빠져든 상태다. 대기업들도 구조조정 국면으로 진입했다.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산층들이 직접적 피해에 노출되면 언론이 표현하는 불안감은 실질적 고통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가 없더라도 정부가 비상한 대책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 여당이
[미디어스=백종훈 칼럼] 1994년 고등학교 축구 최강자는 누가 뭐래도 문일고등학교 축구부였다. 전국고교축구선수권대회 우승, 대한축구협회장배 우승, KBS배 준우승, 서울시협회장배 준우승, 추계중고축구연맹전 준우승 등등 고교무대를 휘저었다. 그 가운데에는 MVP 타이틀을 잇달아 거머쥔 성한수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조회시간에 그가 우승컵을 힘차게 들어 올릴 때마다 교정을 가득 메운 전교생들은 환호했다. 대학팀뿐 아니라 프로팀에서도 그를 영입하려고 공을 들였다. 축구팀이 승승장구하면서 응원 가는 일이 잦아졌다. 서울에서 하는 어느 경기든 8강전부터는 1, 2학년이 번갈아가며 동대문운동장과 효창구장을 찾았다. 그해 가을, 어느 준준결승전이 효창운동장에서 열렸다.
[미디어스=김하정 언론인권센터 사무차장 기고] 최근 ‘박사방’사건을 계기로 디지털성범죄가 사회적으로 재부각되며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대규모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은 2018년 말부터 여러 번 사회적인 문제로 수면에 올라왔지만 번번이 솜방망이 처벌 등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어왔다.그러나 이번에 문제의 중심이 된 ‘박사방’은 미성년을 비롯하여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 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이며, ‘그 정도쯤이야’의 태도로 바라보았던 사회 분위기에 대한 강한 문
[미디어스=강남규 칼럼] 미국 민주당 경선은 사실상 결론이 난 듯하다. 버니 샌더스는 충분한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했고, 반면 조 바이든은 상당한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한편 당내 주요 정치인들의 지지도 활발하게 모아내고 있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결국 조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기 시작했다. 버니 샌더스의 선거운동을 열렬히 지켜봐온 사람으로서는 아쉬운 일이다.선거의 최종 결과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여기 태평양 너머 제21대 총선을 코앞에 둔 우리는 결과보다도 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국에서 그는 경제적 측면에서 ‘사회주의자’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는 정치적 측면에서 ‘급진적 민주주의자’이기도 하다. 급진적 민주주의자로서 그의 행보와 연설들은 당선을 목표로 한다기보다, 선
[미디어스] 이른바 n번방 사건 등 다양한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수사 및 처벌 강화, 2차가해 방지 등 내용이 담긴 국회 청원 1호를 다룬 국회의원들과 고위공직자들의 발언을 보았다. 우리가 정치에 너무 큰 환상을 가진 게 아닌가 싶어진다.우리가 이런 저런 문제를 겪고 있다고 호소하면 정치가 해결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국회 청원은 사실상 문제의 내용은 물론 해결 방법까지 포함한 형태로 제출됐다. 국회의원들 입장에선 누가 밥을 떠먹여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런데 국회는 이른바 딥페이크 포르노에 대한 처벌 조항 하나를 추가하는 걸로 퉁쳤다. 그리고서는 10만명에 이르는 청원 참여자들의 의지를 담아 ‘n번방 방지법’을 만들었다고 자화자찬도 했다. 국회 법사위에서 국회의원
[미디어스] 공영방송들이 영유아나 어린이 청소년 보호와 같은 공익성 증대에 역행하는 방송을 하고 있어 그 시정이 시급하다. KBS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 매주 일요일 밤 9:15)’, '날아라 슛돌이 - 뉴 비기닝'(매주 화요일 밤 8:55), 이웃집 찰스(매주 화요일 오후 7:40), 살림하는 남자들2(매주 화요일 오후 8:55)에 어린이를 출연시켜 성인 시청 시간대에 방영하고 있다. MBC는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매주 화요일 밤 10:05)를 방영하고 있다. 다른 상업방송이 유사 프로를 뒤따라 방송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SBS 같은 경우다. 어린이들을 등장시킨 이들 성인용 프로는, 영유아의 스크린 미디어 시청을 금해야 한다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정면으
[미디어스=강남규 문화사회연구소 운영위원] 올 4월 열리는 제21대 총선은 ‘첫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다. 정치개혁론자들의 오랜 투쟁과 정당들의 지난한 타협의 과정을 거쳐 마침내 이끌어낸 작은 변화다. 큰 물줄기를 바꿨다는 점에서 분명한 ‘변화’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마주하는 몇몇 풍경들은 그것이 얼마나 ‘작은’ 변화였는지에 대해서만 더욱 실감케 한다. 한 줄로 요약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이번 선거제도가 반쪽짜리에 그친다는 지적은 진작부터 나왔다. 우선 비례대표 총 의석수를 단 한 석도 늘리지 못했다. 전체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도 실패했다. 무엇보다 비례대표의 존재 의미에 관해 논쟁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이 전무했다. 진작 던져졌어야 할 질문을 뒤늦게 던져본다. 왜 비례대표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상대 당 공천을 받을만한 사람이 ‘아군’을 택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정체성 논란 등을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은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달렸다. 김종인 씨 같은 경우가 그렇다.김종인 씨가 몇 차례나 당과 캠프를 옮겨 다닌 것은 ‘철새’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거대양당의 사정 덕에 그런 비판에는 힘이 실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지난 총선에서 박근혜 캠프에 있었던 김종인 씨를 비대위원장 대표로 모셨던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씨가 미래통합당 선택을 고민했다는 이유로 철새라고 비판하는 것은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 아니겠는가? 이런 사정 덕에 김종인 씨는 거대양당의 ‘중도층 공략’을 가능케 하는 카로 지금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그런 점에서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
[미디어스=백종훈 원불교 교무] 첫 직장을 얻고 나서 바로 통장을 어머니께 드렸다. 얼마 뒤 어머니는 내 명의로 된 적금통장과 건강보험증서를 보여주셨다. 나는 나대로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적립형펀드를 샀으며 승용차를 마련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갔다. 어느 날부터 부모님은 자금을 보태줄 테니 대출을 끼더라도 집을 사자고 설득하면서 결혼을 종용했다. 하지만 스물아홉 살의 나는 이 모든 것을 나를 오도 가도 못하게 얽매는 그물로 여겼다. 더욱이 회사업무와 적성이 잘 맞지 않아 고심했던 터라 나날이 촘촘하게 조여오는 덫을 서른을 넘기기 전에 하루라도 어서 벗어나 새로운 꿈에 도전하고 싶었다. 어머니께 통장을 돌려받고 차를 팔고 건강보험, 연금보험, 펀드를 차례로 해지했다. 사직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현실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전염병이 급속하게 전 세계의 유행병으로 번지고 있다. 전염병 이름은 낯설지 않은 ‘폐렴.’ 감기만큼 친숙하지는 않지만 들어보았던 병명이라 놀라지 않았다. 곧 진정될 것이고, 별 탈 없이 지나가리라 생각했다.사실 그렇게 보였다. 확진자가 나오면 바로 격리하고, 치료에 들어갔다. 우린 이미 사스를 비롯해 전염병을 수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대처 방법도 체계화되어 있었다. 그리고 폐렴 정도야, 의료기술이 얼마나 발전했
[미디어스] 솔직히 찬사까지는 아니다.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해외의 평가 말이다. 새로운 기술 채택, 민주주의 모델 가능성 등을 언급했어도 해외언론이 마냥 호의적이지도 않다. 한국 상황을 전하면서 마스크 사려고 길게 줄서 있는 ‘행복한 백화점’ 모습이나 신천지 교주가 절하는 모습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K-Pop이 전 세계 음악시장에서 1위를 해도 한국 특유의 도제식 훈련을 강조하는 게 해외의 관점이다. 그렇듯 그들은 그들의 입장이 있는 거다. 우리의 감염증 대응과 방역체계에 대해 해외의 평가는 참조의 대상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코로나19는 분명히 대한민국에게는 위기였고 현재도 위기이다.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에 이어 제2위의 위험국가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미디어스=백종훈] 텅 빈 극장에서 혼자 영화를 볼 줄은 미처 몰랐다. 기분 내서 찾아간 중화요리집에도 손님 하나 없다. 전주와 함양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분들이 발견되자 확진자가 없는 남원에도 긴장감이 돈다. 법회는 중단되었다.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서울에서는 마스크 구하기가 어려우니 혹시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꼬맹이 시절과 오십대 초반에 두 번 폐결핵을 크게 앓으셨다. 그때 폐 조직이 망가진 데다 지금은 허파꽈리에 곰팡이가 슬어서 진균제를 드시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므로 호흡기 질환에 걸리면 매우 위험하다. 그래서 어머니는 이 난리에 식겁하셨을 게다.마침 마스크를 넉넉히 갖고 있다. 이십대 중반에 폐병을 겪고 난 후 찬바람이 불거나 먼지가 심하
[미디어스] 최근 정치권에서 다시 포털 서비스사 이슈가 되고 있다. 2018년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댓글 조작인 드루킹 사건 이후 포털 뉴스서비스 댓글 사건에 이어 2019년 조국 논란을 거치면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이하 실검) 논란까지 확대되었다. 알려져 있다시피 드루킹 사건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댓글 조작 사건이다. 조국 논란은 2019년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둘러싸고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사이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이용한 경쟁이 격화되면서 여론 왜곡이란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주요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2020년 총선 동안 잠정 중단(네이버), 완전 폐지(카카오)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정치권에서는 또 다른 법적인 규
[미디어스] 2020년 3월 2일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나 지역이 80곳을 넘어섰다. 기가 막힌 일이다. 졸지에 전 세계적으로 기피의 대상이 되는 국가와 국민이 되고 말았다. 감염균으로 인해 유초중고 및 대학의 개학이 한 달씩이나 연기되는 일 역시 태어나 처음 겪는 일이다. 날마다 수백 명씩 늘어나는 확진자 수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사망자 수는 불안감과 공포심을 안겨준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세계적 감염을 지칭하는 팬데믹의 상황이 아직은 아니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느끼는 코로나 19의 체감도는 거의 그 수
[미디어스=강남규] 원칙들이 무너지고 있다. 전염병 재난이 만든 한 풍경이다. 한국 사회가 긴 세월 쌓아오며 합의한 원칙들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겐 무참한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재난이 가진 파괴력이다.이번에도 첫 번째로, 또 가장 처참하게 무너진 것은 언론 보도의 원칙이다. 언제고 무너지지 않은 적이 없으니 어쩌면 ‘무너졌다’는 표현이 부적절할지 모르겠다. 한국기자협회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어 제정한 바 있다. 정확한 보도, 단편적 정보의 보도 자제, 선정적 보도의 지양 등 독자와 시청자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원칙들이지만, 많은 언론들이 손쉽게 원칙 무너뜨리기를 택했다. 코로나19 사태
[미디어스] 대학 합격통지서를 받으러 교문을 지나 대학본부로 오르는 길에 한 남자가 다가와 신입생이냐고 물으며 다정하게 말 붙였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를 늦출 만큼 기분 좋은 날이라 그를 내치지 않고 어쩌나 살폈다. 학교 이곳저곳을 안내해 주던 그는 다음에 볼 때는 대학생활 팁도 알려주고 수강신청을 도와주리라 약속했다. 이어 한 동아리를 소개했다. 명칭은 새벽별의 영문 이니셜을 딴 MS며 성경 읽기 모임이라고 했다. 마침 서양 문명의 근간을 이루는 기독교에 대한 궁금증이 잔뜩 일어나서 한번 배워보자는 마음을 냈다.30개론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의 시작은 이단의 기준이었다.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느냐. 예수를 구세주로 믿느냐. 예수의 부활을 믿느냐.” 이 세 가지를 인정하면 사이비가 아니라
[미디어스=하승수] 4.15 총선이 다가오면서 미래한국당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표의 등가성(비례성)을 훼손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래의 표에서 보듯이 선거제도 개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는 준연동형 비례대표 30석 중에서 21석을 미래한국당이 가져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이는 2월 3주차(18-2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예측한 것이다.(지역구는 2016년 기준)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미래한국당은 38% 정도의 득표율로 준연동형 30석 중에 70%인 21석을 차지하게 될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민주당 안팎에서 ‘비례민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또 다른 꼼수일 뿐이다
[미디어스=백종훈] 십대시절의 나는 동양고전에 흠뻑 빠져 대학에 가 더 깊게 공부하리라 마음먹고 한국철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동기들 다수는 전공공부보다는 고시나 취업준비에 바빴다. 군자가 되리라던 친구들도 강의실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매다 지쳐 돌아선 경우가 적지 않다. 수신(修身)의 의미를 경전을 들어 가르쳤다면 마음과 행실을 익히는 실행도 지도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쉽게도 수양은 각자의 몫이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원불교 출가자가 되어 원불교학과에 편입한 내 눈에 비친 풍경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처님의 말씀을 글로 배우는 과정과 몸으로 닦고 마음으로 깨달아 얻는 공부가 균형을 이뤄야 하나 이론에만 치우친 교육으로 도반들은 갈팡질팡했다. 이건 아니라는 불만이 예비교무들 마음에 차곡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