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자리를 만드는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만큼 엄중한 철학적 질문도 드물다. 아무리 고민을 해도 확신을 갖기란 쉽지 않다. 세상은 이처럼 동전의 양면처럼 도저히 진실을 가릴 수 없고, 자장면이냐 짬봉이냐를 선택하는 일과 같이 실존의 전부를 더듬어야 겨우 선택할 수 있는 난제로 가득하다. 누구도 피해가지 않는 운명의 얄궂음이랄까.‘사람이 자리를 만드는가,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가?’라는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이 질문에는 한국인의 가장 핵심적인 행동적 문법이 뒤엉켜 있다. 이 질문은 결국, ‘하면 된다’와 ‘할 수 있다’의 충돌이다. ‘하면 된다’와 ‘할 수 있다’는 압축적 근대화와 왜곡된 현대사를 통과한 우리 모두의 상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게 그거 아니냐고
아침부터 하늘이 잔뜩 흐립니다. 비가 오래도록 오지 않아 비를 잊었는지 흐린 하늘을 보고도 비 올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합니다.아침내 여름에 담았던 여름효소 거르고 효소창고에 항아리들을 씻어 옮겼습니다. 항아리는 지푸라기를 태워 소독하라는 부모님 말씀대로 연기소독을 했습니다. 숙원사업이던 효소창고를 여름내 땀 흘리며 지었는데 항아리 옮기고 효소를 정리하니 뿌듯합니다. 늦게나마 호두가 있나 보고, 따던 야광열매도 딸겸 산을 한바퀴 돌기로 했습니다. 9월에 있던 호두는 이미 다람쥐가 다 가져갔는지 한 알도 없습니다. 호두 따기엔 좀 늦었기에 다람쥐가 다 가져갔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두 공간에 동시에 존재할 수 없듯이 한번에 모든 열매를 거둘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거두지 못한 열매
서울시교육청이 2004년 전교조 등 교원단체와 맺은 단체협약 가운데 ‘어린이신문 학습자료 강제 활용 금지’ 조항을 최근 해지하기로 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조치로 앞으로는 어린이나 학부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학교장 재량으로 특정 어린이신문을 학습교재로 채택해 집단 구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어린이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국일보는 쌍수를 들어 환영하겠지만 특혜논란과 함께 과거의 여러 부작용이 재연될 가능성이 켜졌다. 과거 이들 신문들은 더 많은 학교에 자사 신문을 집단 구독시키기 위해 학교에 기부금을 제공하는 등 온갖 불법과 탈법을 자행해 왔다. 지난 2004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가 최재성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2004년 9월1일 현재)에 따르면, 서울지역
세상에 무슨 무슨 날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물의 날, 문화의 날, 교정의 날…. 세상에 납세자의 날도 있다. 나처럼 세금 한 번 제대로 안내본 사람은 어쩌라구. 게다가 크리스마스니 석가탄신일이니 이런 종교적인 기운 충만한 날부터 해서 밸런타인데이니 빼빼로데이니 이런 소비지상주의 가득한 날까지. 온갖가지 ‘날’들이 판을 치는데 어지간하면 명함하나 내밀기도 힘들고 혹 들어는 봤어도 지나고 나면 언제인지 금방 까먹을 ‘날’들.하지만 아주 일상적인 것도 특별한 경험을 통해서 오래가는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30년을 모르고 살아왔던, 하지만 앞으로 절대 잊을 것 같지 않은 ‘경찰의 날’처럼 말이다. 어쩌면 보통의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10월21일이 무슨 날인지 몰랐을 수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더 좋은
살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 짜증나고 한마디 쏘아붙여 주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 때 우연히 그 상황에 딱 들어맞는 사자성어나 누군가 써놓은 글을 만나면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대운하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에서 “명박스럽다”는 표현을 만났을 때나, 미국산 쇠고기 파동 와중에 인터넷에서 “대통령을 때리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처음이다”는 패러디 만화를 만났을 때가 꼭 그랬다.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어쩜 이리도 기가 막히게 대변해줄 수 있을까. 감동 먹은 적도 있다. 요즘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제7회 광주비엔날레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은 적 있다. 비엔날레 본전시관 제2전시실(5전시실까지 있다)에 가면 이번 전시 중 가장 황당하면서도 묵직한 작품이 있다. 독일 출신으로 미국에서 작업하고 있는 한스 하케(Ha
한국언론재단이 지난 8월27일부터 9월2일까지 서울지역 중·고등학생 40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 이들이 학교에서 가장 많이 읽는 신문으로 가 꼽혔다고 한다(35.1%, 복수 선택). (24.6%)은 ·(공동 2위·29.8%)에 이어 4위를 차지했지만, 두 신문과 격차가 좁아 사실상 2위권을 형성했다. 이보다 더 눈에 띄는 수치는 이들이 성인이 된 뒤 구독하고 싶은 신문에 대한 조사 결과다. 한겨레(22.5%)가 조선일보(12.5%)나 중앙일보(11.8%)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경향신문(7.8%)은 여기에서도 4위를 차지했고, 2위와 격차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들 수치는 가까운 미래의 한국 신문시장 지형도를 짐작해
‘죽음을 파는 상인’이라는 말은 마약상·무기상 등을 일컫는 말이다. 그 이름도 꺼림칙한 이 표현이, 요즘 우리 문화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사건과 연결되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문화계의 한 축을 담당한 출판계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의 연속이지만 정도(正道)를 벗어난 일탈은 자제해 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된 고 최진실의 자서전 ‘그래, 오늘 하루도 진실하게 살자’는, 법적인 문제를 떠나 가슴을 스산하게 만든다. # 최진실 마케팅의 실체는? 도서출판 ‘책이 있는 마을’은 10년 전인 1998년 고인의 자서전을 출간해 3만부를 매진시켰다. 이 책은 당시 연예계 데뷔 10년차인 고인의 스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인간적인 고뇌와 함께 담았다. 출판사는 “판권은 우리 출판사
바나나걸 김상미가 연일 포털 사이트 실시간 뉴스 검색어 상위에 오르고 있다. 이유인즉슨 여전히 섹시 어필이다. 그녀는 ‘로리타룩’을 들고 나와 자신의 미니홈피에 그 일부를 공개했다. 연예 관련 소식지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너도나도 바나나걸 김상미의 사진을 걸어놓고 기사를 생산하고 있으며, 김상미와 기획사는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바나나걸이 뭐야?바나나걸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프로젝트 가수들을 말한다. 바나나걸의 1대, 2대 가수는 아가(본명 안수지), 3대 가수는 이현지(본명 이현경), 4대는 김상미(본명 김상미)가 있다. 곧 바나나걸이라는 이름으로 여성 싱어들이 차례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왜 화제가되는 거야?화제가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4대 바나나걸인 김상
경기도 국정감사는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핵심뉴스여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에 대한 그 어떤 보도나 반론을 찾아 보기 어려운 상황이 현재 한국의 지역 언론의 현실이다.지역언론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심각한 불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지역언론의 존재 이유 상실의 주요 근거로 이용될 수도 있다. 왜 지역언론은 서울·수도권 관련 정책에 대한 보도와 해설 그리고 의제설정 및 의제확산에 둔감할까? 그들은 자신이 터 내리고 살아야 할 삶의 공간으로서 자기가 다니는 직장인 지금의 언론사 소재지에 대해서 애정이 없는 것일까? 오로지 서울바라기, 즉 해바라기처럼 서울만 바라보고 살면서 언제든지 짐 싸서 서울 갈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일까?지난 14
법은 과연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가? 진부할 정도로 낡은 물음에 대해 21세기 대한민국의 법은 뭐라고 대답할까? 21세기 권력의 양대 축인 정치계와 경제계에 든든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형 로펌이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 점점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에서 법은 과연 만인 앞에 평등한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그래서일까?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인 검사와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법과 정의, 그리고 진실의 본질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는 SBS 프리미엄드라마 (유현미 극본, 홍창욱 연출)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법 앞에 상처가 많은 사람들을 위해 기획된” 은 1980년대 말 어느 탈옥범이 외쳤던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서글픈 절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일깨워
언론노조가 진짜 파업을 하려는가 보다. 우리 회사 온·오프라인 게시판과 계단 벽에도 파업찬반투표 공고와 포스터, 위원장 담화문, 파업 의제 등이 나붙었다. 지난 13일 우리 회사 강당에서 열린 경남 블로그 강좌에 참석한 사람들이 그런 게시물을 보고 물었다."언론노조 파업 진짜 할 건가요?""예, 이번엔 무늬만 파업이 아니라 진짜 타격을 주는 파업을 한다더군요.""그런데 조·중·동 노조는 안 할 거잖아요.""그건 그렇죠. 신문으로 보면 경향·한겨레, 그리고 경남도민일보 쯤이 되겠죠.""그러면 오히려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이 좋아할 파업 아닌가요?""……." 정색을 하고 나눈 대화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 얘기 속에 언론파업의 본질적인 딜레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소고기에 이어 쌀이다. 3가지 풍경이 교차하고 있다. 직불금이란 것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작금의 돌아가는 꼴에 분통을 터뜨리는 것 외엔 도리가 없는 대다수의 입장에서는 냉수 먹고 이 부러진 상황이다. 반면, 쌀 팔아 죽 사먹으려 했던 관료들 그야말로 밥그릇 내놓게 생겼다. 마지막으로, 정권 입장에서는 경제가 엎쳤는데 쌀까지 덮친 꼴로 몰리고 있다.검사 출신인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 대표는 직불금 부정 수령이 '형법상 사기죄'라고 했고, 정부, 공무원 직계존비속까지 직불금 조사를 한다고 나섰다. 핫(hot)~ 뜨거운 경험한 정권은 좀 더 영악스러워졌다. 쌀 직불금이 정국의 다이나마이트급 뇌관이 됐다. 보도를 자제(!)하던 조중동 마저도 뒤늦게 직불금 파문에 합류했다. 4명의 국회의원이 수령한 것을 확인해
톡톡 튀어라. 연예계나 패션계에서는 그래야 독특한 개성의 표출로 인정받아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연예계나 패션계에 못지않게 현 정권도 아주 톡톡 튄다. 금융-산업 분리(금산분리) 장치 완화나 미디어를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 완화 등 이른바 ‘선진화 계획’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규제완화와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채 20여 년 동안 온 지구를 풍미해온 글로벌 금융자본주의가 결딴난 상황에서 현 정권이 내놓는 이런 계획에 대한 민주시민의 상식적 첫 반응은 ‘미친 짓’이라고 부르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내겐 연예계와 패션계가 떠올랐다. ‘톡톡 튀어야 산다’는 이들 분야의 생존법을 현 정권이 채택하고 있는 듯해서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 붕괴된 금융자본주의를 떠
바야흐로 ‘국감’의 계절이다. 국감은 무엇이냐, 누군가에게는 잊지 못할 ‘피’눈물의 씨앗. 의원에게는 의정 활동 꽃. 즉 ‘금’배지의 흐드러지는 만연 간지의 아름다운 계절에 누군가는 반드시 취할 수밖에 없는 무엇, 그것이 바로 ‘국감’이다. 누가 뭐래도 어찌되었건, 가을은 감 떨어지는 계절. ‘국감’은 의정활동의 꽃.그.리.하.여, 각설하고 간도마저 우리땅이라고픈 7천만 한민족의 열망에 부응하사 뽑아봤다. 시상식이다. 전국 각지의 ‘내 속에 내가 너무도 많은 심사위원회’의 공평무사한 묻지마 심사를 통해, 사방팔방 둘러봐도 국회의원 코빼기도 못본 대다수의 평균 국민정서를 반영하여, ‘롯데가 진 건 로이스터 때문만은 아니라 안 카나’의 원칙으로 뽑았다. 심사 선정 기준은 아래와 같았다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지난주부터 이번주 초까지 미디어 동네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화제다. 라디오 연설이라는 화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연설하기 전의 쟁점과 연설한 후의 쟁점을 분리해야 한다. 먼저 연설 전의 쟁점을 보면, 예상되는 연설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형식의 문제였다. 국영방송 KTV도 있고, 청와대 홈페이지도 있으며, 정부 각 부처의 홈페이지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지상파 라디오인가? 모든 지상파 라디오가 중계를 해야 하는가? KBS는 국가기간방송인가 아니면 청와대 구내방송인가? 많은 논객들이 떨쳐(?) 일어났고, 많은 쟁점들이 쏟아졌지만, 라디오 연설을 하기 전의 쟁점은 내용보다 형식이었다. 그리고 다행히 지난 월요일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은 결과적으
TITLE : 뇌절개술 Geo-LobotomyDIRECTOR : 김곡, 김선ADDITION : 2005 | 100분 | 한국 | color 출연 : 민경진, 이란희, 나현민, 박윤석 이번엔 시사IN 제54호 커버스토리를 아예 몇 문단 발췌 인용하며 시작을 하자. “이번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의 전개 과정을 들여다보자. 모기지 회사들은 수요자에게 그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 (중략) 모기지 업체가 투자은행 등 다른 금융기업에 대출의 원리금 상환 권리를 돈을 받고 넘긴다. 그러면 이들은 모기지론을 모아 구조 설계를 통해 주택저당증권을 발행해 헤지펀드와 은행 등 또 다른 금융기업에 판다. (중략) 투자은행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택저당증권을 담
알토실같은 밤줍기가 끝났습니다. 적당한 때 장대로 한번에 따고 끝낼 수도 있는데 열흘 넘게 틈틈이 알밤을 주웠습니다. 알밤 줍는 즐거움을 한번에 끝내는 것이 아무래도 아쉽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 즐거운 놀이를 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알이 제법 굵은 밤줍기가 끝날 무렵 다른 밤나무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2년 전에 제법 많은 밤을 주웠기에 ‘여기에도 제법 있겠지’ 하는 기대를 합니다. 마을 주변에선 가장 오래된 밤나무입니다. 밤나무 밑에 밤송이가 수북하게 쌓여 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밤송이를 뒤적이지만 밤은 한 알도 없습니다. 우리가 밤나무 한 그루에서 부지런히 밤을 줍는 사이 다람쥐들도 부지런히 밤을 주워 날랐나 봅니다. 우리도 다람쥐들도 알밤 주워 나르는 즐거움을 오래전부터
“무슨 건물이 이래?”제주도에 있는 제민일보를 처음 찾아갔을 때 받은 느낌입니다. 10월 9일 지역신문협회 사원 대표자회의와 언론노조 지역신문위원회 대표자 회의를 위해 제주에 갔습니다.1차 집결지가 제민일보 노조 사무실이었습니다. 제주공항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운전하는 이에게 제민일보를 가자 했더니 옛 사옥이냐 새 사옥이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새로 옮긴 데로 가자고 했지요.택시를 타고 20분가량 달렸습니다. 도두항 근처라는데 제민일보 건물이 바로 보였습니다. 택시는 도로 앞쪽이 아니라 뒤로 가서 우리를 내려줬습니다.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습니다. 보통 앞쪽에 정문이 있으니까요.앞으로 가려고 건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가는 길이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할 수 없이 도로 돌아나와야
존 리드(John Reed, 1887~1920)는 우리에게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을 현장에서 목도하고 불세출의 르포르타주 (1919)을 쓴 미국의 급진주의 저널리스트로 기억되고 있다. 존 리드의 인물됨을 딱히 한 마디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1914년, 26살의 나이에 지의 특파원으로 멕시코 혁명과 혁명가 판초 비야(Pancho Villa)에 관한 기사를 써, 이미 뉴욕 사교계와 문화계에서 공인된 일급 특파원이 되었다. 리드의 친구였던 언론학자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조차도 “나는 존 리드와 함께 비로소 보도가 시작되었다고 말하겠어. 덧붙여 말하자면… 너의 기사는 문학이야”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드가 발 딛고 있었던 문화적 토양
송선영 기자로부터 창간 1주년을 맞는 에 대한 비판의 글을 청탁 받았다. 신랄하고 솔직하게 써 달란다. 욕먹기로 자청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번 까볼까 싶다. ‘까다’. 여러 뜻을 가진 단어다. 예컨대 ‘앞에서는 착한 척하면서 뒤에서 남을 욕하는 행위’라는 나쁜 뜻이 있다. 주먹을 잘 쓰는 사람을 일컫는 데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원래의 뜻 대로다. 뒤에서 욕하거나 뭐 그렇게 하려는 게 아니라, 껍질 따위를 벗기려는 것이다. 껍질을 깨고 나오게, 속살을 드러내게 하려는 행위다. 실상을 확인․진단․평가하는 과정이며, 그럼으로써 정체를 쇄신할 기회를 모색하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런 뜻으로 먼저 나부터 까본다. 명색이 미디어 부문 칼럼니스트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규찬은 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