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초여름처럼 더워 몸과 마음이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숲은 이런 날씨에 어찌 적응하는지 꽃은 피고 여린 순들도 잘 나와 어느새 푸르러졌습니다.쉬 비가 오지 않을 것처럼 건조하고 더운 날씨가 이어지더니 오늘은 세찬 바람과 함께 비가 옵니다. 보슬보슬 내리는 봄비가 아닙니다.그동안 어찌 참았는지 모를 비바람이 산중에 몰아칩니다. 푸석푸석한 땅에서 어렵게 양분을 끌어올리던 나무와 풀들이 반갑게 맞이하는 비바람입니다.어제까지 심었던 감자들도 오늘 단비를 흠뻑 빨아들여 새싹을 땅위에 올리겠지요. 배꽃이 활짝 피어 한참을 빛내더니 오늘 흰 꽃잎이 비바람과 함께 흩날립니다.순백의 흰빛이 멀리서 보아도 빛나는 배꽃은 밤에도 달빛을 받아 빛나는 꽃입니다. 멀리서든 가까이서든 밤이든 낮이든 우아함으로 빛
시인 김수영은 ‘김일성 만세’라는 시에서 “김일성만세/한국의 언론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라고 썼다. 그리고 서슬 퍼렇던 1960년대에 시인은 결국 이 시를 발표하지 못했다. 만약 이 시를 발표했었다면 무사하지 못했으리라. 무시무시한 국가보안법이 그를 가만히 놔두었을 리가 없다. 헌법의 하위법인 국가보안법 때문에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상황을 시인은 날카롭게 지적했다. 이 시가 쓰여진 1960년으로부터 49년이 지난 지금, 광화문 한복판에서 “김일성 만세”를 외친다면 어떻게 될까?① 라이트코리아와 자유북한운동연합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을 받는다. ②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게 즉각 연행된다. ③ 검찰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법원은 이를 승
최근 통과된 한 법률 때문에 인터넷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는 기사가 실렸다. 바로 지난 4월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저작권법 개정안’ 때문이다.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이 발의한 이 개정안은 사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의 법안이다. 문광부가 2008년 7월 16일 입법예고한 법안이 일부 수정되어 의원 입법 형식으로 발의된 것이다. 이 법안은 소위 ‘삼진아웃’ 제도를 주 내용으로 한다. 불법 복제물을 반복적으로 게시한 이용자의 계정을 일정기간 동안 정지하거나, 불법 복제물 삭제 명령을 반복적으로 받은 게시판을 저작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정기간 정지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문광부 장관에 부여하였다. 애초에는 반복적인 저작권 위반을 근거로 특정 온라인서비스를 폐지(즉, 사이트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봄이 왔건만 세계적 경제위기가 깊어지면서 실업한파가 매섭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자영업자의 휴-폐업이 잇따른다. 청년실업자는 넘쳐나고 임금삭감이 유행병처럼 번진다. 돈 나올 구멍은 없는데 물가는 치솟기만 하고 늘어나느니 빚뿐이다. 그런데 성층권에서 들려오는 억, 억, 억… 돈벼락 치는 소리에 억장이 무너진다. 노무현 일가와 함께 신·구정권의 실세들이 돈다발을 부지런히 챙긴 모양이다. 경제위기와는 딴판으로 많은 고위공직자들의 재산이 억 단위로 늘어났단다. 정부통계만 보더라도 국민생활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 만하다. 밑천도 기술도 별로 없다보니 식구끼리 먹고 살려고 가게를 차린다. 그 자영업자들이 경제위기로 직격탄을 맞아 지난 1월 현재 558만7000명으로 두 달 새 무려 41만6000명이나 줄었
검찰이 김보슬 PD를 잡아둘 수 있는 마지노선은 오늘(17일) 밤 8시이다. 꽉 채우겠지만, 넘기진 않을 테다. 마포대교 추격전을 통해 검거한 이춘근 PD도 48시간을 넘기진 않았다.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예정된 시간표대로라면, 예정대로 그녀가 결혼식을 치르는 것은 ‘겨우’ 가능은 할 듯은 싶다. 비상한 시기이다. 점점 더 가팔라지고 있다. 이춘근 PD 체포가 지난달 25일이었다. 그로부터 채 20일도 지나지 않은 이달 13일 신경민 앵커가 잘렸다. 그리고 이틀 후인 15일에 김보슬 PD가 체포됐다. 그리고 김보슬 PD가 체포된 날, 방문진 이사 3명은 엄기영 사장의 해임안을 제출했다. 20일에서 이틀로 그리고 당일로 스펙터클의 주기가 짧고 더 격렬해지고 있다. 상황은 급박하고, 수읽기는 복잡
이 나라에서 대통령은 초법적 존재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것이 현실이다. 그 탓인지 돈을 끄는 자력마저 강력하게 발산하는 모양이다. 정권이 바뀌면 돈을 마구잡이로 먹다 체한 세도가들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모습이 그것을 말하고도 남는다. 군벌출신인 전두환, 노태우는 국권을 찬탈한 터라 돈 뺏는 수법도 남달랐다. 마피아가 자릿세 뜯 듯이 재벌들한테서 목돈을 갈취해서 청와대 금고를 채웠다. 민주투사로 알았던 김영삼, 김대중의 가신들이 돈 잔치로 흥청거리더니 아들들도 권력의 향연에 도취해 돈 바람에 녹아났다. 도덕적 우월성을 자랑하던 노무현도 그 대열에 끼어 그한테서도 돈 냄새가 악취를 풍긴다. 김영삼은 대통령으로서 과단성을 발휘했다. 하나회를 해체해서 군벌정치의 뿌리를 뽑았다.
조선 중기, 선조~광해군 시절을 산 권필(權韠)이라는 문인이 있었다. 경기도 고양 출신으로, 본관은 안동(安東), 호는 석주(石洲)이며, 승지(현 청와대 비서관)를 지낸 기(祺)의 손자이며, 벽(擘)의 다섯째아들이다. 그는 1569년 허균과 같은 해에 태어나 송강 정철(鄭澈)의 문하에서 활동하였다. 성격이 자유분방하여 구속받기를 싫어하였고, 평생을 야인으로 살다가 삶을 마쳤다. 동료문인들이 더러 벼슬자리를 추천하였으나 번번이 이를 마다하였으며, 한번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책에 임명됐으나 윗사람에게 굽힐 수 없다며 사양했다. 그는 절개가 높아 권세에 아부하지 않았으며, 또 시류에 영합하지도 않았다. 시재(詩才)가 뛰어난 그는 시대의 울분과 갈등을 시(詩)로써 토로하였고, 또 부패한 권력에 맞서서 이를
비상한 시기이다. ‘신부’란 지위가 남달리 특별해서가 아니다. 한 개인이 지극히 평범한 실존적 선택의 시간을 온전히 확보라기 위해 ‘체포/구속’이라는 남다른 각오를 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의 현실이다. 더군다나 그는 ‘언론인’이다. 전규찬 교수가 시를 한 편 보내왔다. 비상한 시기가 아니었더라면, 김보슬과 그의 인연 또한 별로 남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미디어를 공부하는 학자와 미디어에 종사하는 PD의 관계 이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둘을 각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마 학자도 PD도 ‘촛불’을 들어야 하는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 테다. 평범한 PD를 비장한 투사로 만드는 시대, 스트레이트로는 도저히 전할 수 없는 비감함이 있다. 미디어에게도 시적 허용이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2월 25일 행정안전부가 전국 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 일자리 창출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지자체 일자리 나누기 바이러스 확산 중”이라고 제목이 달렸고 모두 3만4000개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했습니다.추진 배경으로는 1월 15일 제2차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임금을 안정시켜 실질 고용을 늘리는 잡 셰어링(job sharing)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한 사실과, 21일 민생안정 차관회의에서 “잡 셰어링 촉진 방안을 논의한 것”을 꼽았습니다. 그러니까 한 달 만에 3만4000개 일자리를 창출한 셈입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100명짜리 중소기업 340개를 만든 셈이니까 말입니다. 행정안전부는 그러면서 ‘수범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추진 사례 발굴·확산 △우수 사례
대부분의 국제협정들을 알파벳 대문자 약칭을 갖는다. 그 약칭을 가장 애용하는 집단은 아마도 미디어일 것이다. 미디어는 때때로 약칭을 국제협정의 복잡한 정치적 회로를 단숨에 해제하는 만능키로 사용하고 또 경우에 따라선 연속된 문제들의 유구한 역사적 맥락을 간략화하는 한 장의 세련된 이미지처럼 쓰기도 한다. 어쩔 땐 그냥 군대에서 하는 암구호 놀이처럼 마구잡이로 활용하기도 하고. 각설하고, 예컨대 유사 이래 가장 유명한 약칭이라고 할 FTA의 경우를 살펴보자. 한국사회에서 FTA의 역사적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노무현이 아니라 김대중을 건너 김영삼까지 거슬러 가야 한다. 1993년 취임한 김영삼 대통령은 그 해 5월 24일 서울에서 개최된 태평양경제협의회(PBEC) 총회에서
전영배 보도국장님께일면식도 없는 사이에 편지가 조금 겸연쩍긴 합니다. 더군다나 이래저래 편치 않은 상황을 뻔히 알면서 안부를 묻기도 민망한 일이지요. 거두절미하고, 시작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대관절 연의 옷깃조차 스치지 않은 사이에 무슨 편지냐고 되물으실지 모르겠습니다. 제 소개부터 드리겠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란 작은 매체에 글을 쓰고 있고, 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경기 불황에 나름 피해자인지라, 아직 한 권의 책 밖에 세상에 던지지 못했습니다. 제가 세상에 던졌던 유일한 출판 기획이 바로 라는 졸저입니다. 아마도 들어 보셨을 테지요. 지난 촛불 정국에서 ‘공영방송 mbc와 함께하는 민주사회를 꿈꾸었던’ 쟁쟁한 필진들이 참여한 책입니다. 부
언론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첫 행동으로 포문을 연 여의도 벚꽃축제가 폭발적인 반응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10일부터 3일간 열린 집중 선전전에 3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수호’의 뜻을 함께 나눠가졌다. 3일간 낮에는 언론악법 저지 풍선과 8가지 종류의 꽃씨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꽃씨 5만개는 헤리포터 복장으로 꽃바구니에 담아 국회를 중심으로 5개 지역에서 배포했고, 풍선 2만개는 3팀에서 여의나루역과 국회 안, 국회 외곽에서 쉴새없이 제작해 국회 일대는 풍선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풍선에는 ‘조중동방송 절대 안돼, 재벌방송 절대 안돼’ , ‘인터넷 감청 절대 안돼, 휴대폰 도청 절대 안돼’, ‘언론자유, 민주주의 수호’ ‘MB 악법 절대 안돼’ 등의 글귀가 촛불을 든 벚꽃 소
1주일 사이에 숲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여유로운 마음과 세심한 눈으로도 숲의 빠름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습니다.1주일 전까지는 일찍 봄꽃을 피우는 몇몇 나무를 빼면 숲은 겨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내면의 변화를 눈으로 볼 수 없듯이 겉모습은 겨울이지만 안으론 엄청난 준비를 하고 있었나 봅니다.꽃을 먼저 피우는 나무들은 앞 다투어 꽃을 피우고 새순을 먼저 내는 나무들은 새순을 드러내고 있습니다.숲은 꽃으로 가득하고 새순으로 푸르러지고 있습니다. 땅에서도 새순들이 돋고 있어 숲은 더욱 풍성해지고 있습니다. 숲에 사는 사람들은 나무에 새순이 나오고 땅에서 새순이 돋으면 숲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이른 봄꽃을 여유롭게 즐기던 마음은 이제 새순으로 옮겨갑니다.숲에서 꽃은 피고 지면서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미디어위)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공식 활동을 개시하여 모두 5차례의 전체회의와 7차례의 운영소위가 개최되었다. 그동안 미디어 전반에 걸친 총론과 신방 겸영 및 대기업의 방송사업 진출에 대한 여야 추천위원 간의 기조 발제과 산발적인 토론이 진행되는 등 소정의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원회 출범 초기부터 회의 공개 여부와 지역 순회 공청회 개최 및 여론 조사 실시 여부 등을 둘러싼 공방으로 여야 추천 위원 간에 원활한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전체회의와 운영소위의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아쉬움이 큰 기간이었다. 미디어위원회의 탄생 과정을 돌이켜 보면 그 아쉬움은 더욱 크다. 작년 연말에는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회사 결정에 따라’, 예고됐던 대로, 결국, 그는 물러났다. 모든 헤어짐은 벼락같은 저주이다. 그는 ‘오늘 자’로 당장 떠났다. 뭐랄까, 예고편을 뛰어넘는 블록버스터는 역시 없다고 해야 할까. 클로징 코멘트를 닫는 그의 클로징에는, 예고된 것 이상의 새로움은 없었다. 지난 2008년 12월 31일 클로징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었다. “올 한해 클로징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원칙이 숨 쉬면서 곳곳에 합리가 흐르는 사회였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책임, 신뢰, 안전이었고 힘에 대한 감시와 약자배려를 뜻합니다. 내용을 두고 논란과 찬반이 있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불편해 하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꿈과 소망은 바꾸거나 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함께 가져야 하는 겁니다. 2009년 첫날인 내일 돌아오겠습니
이 글은 어느 신문 칼럼의 플롯을 원형대로 유지하며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 등을 대체해 쓴 것임을 밝힙니다. 박연차 리스트를 분석하며, 노무현의 불우하고 가난했던 과거와 부자인 현 대통령을 비교하는 상상력은 그야말로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낱말 몇 개를 바꿔 끼우면 이 칼럼은 최근 답보 상태에 빠진 ‘장자연 리스트’ 수사에 대한 질타가 됩니다. 일부 해당 미디어들은 고생이 많고, 칼럼 뒤집어 읽기는 여전히 차암~ 쉽습니다. ‘신문’을 제대로 아는 것은 정말 어렵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신문’
미국 시사주간지 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당신’(You)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 선정한 ‘당신’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 등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직접 만들고 공유하며 디지털 민주화를 이끈 수많은 인터넷 사용자들을 지칭한다.하지만 이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는 최소한 한국에서만큼 2006년 올해의 인물인 ‘당신’을 더 이상 만들어 낼 수 없게 됐다. 인터넷 실명제의 일환인 ‘본인확인제’ 때문이다. 올해 초에 개정된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구글코리아가 운영하는 유튜브 한국 사이트는 본인확인제를 시행해야 했다. 하지만 구글 측은 “전 세계에서 실명제를 도입하지 않는 원칙을 한국에서만 예외를 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정부 규제를 거부하기
경쟁력 강화, 결국 그것이란다. 신경민 앵커는 잘렸고, 김미화는 살아남았다. 앵커 교체는 ‘뉴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디오 진행자 유임 역시 ‘경쟁력 강화’(에 더욱 노력하겠다는 제작진의 의견)때문에 받아들였단다. 이번 결정은, 엄기영 사장의 담화문은 오로지 ‘경쟁력’으로만 점철되어 있다. 김미화 교체 논란은 차치하자. 일단, 유임되었으니 ‘듣고’ 볼 일이다. 앵커 교체에 관해서만 따져보자. ‘방송 구조 개편 논의와 유례없는 경영 위기로 생존을 위해 시시각각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긴박한 순간’에 선 MBC는 왜 난데없이 앵커를 교체하겠다고 나선 것일까? 그 첫 번째 이유로 든 것이, ‘뉴스의 경쟁력 강화’였다. 두 번째는 ‘보다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방송’을 위해
십년 가까이 공영방송에 몸담아오면서 지금껏 도무지 풀리지 않는 의문 가운데 하나는 정치인이고 경제인이고 언론인이고 학자들이고 할 것 없이 어쩌면 그렇게 공영방송에 대해 ‘잘’ 모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모르면서 마치 잘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이들이 핏대를 세우는 지경에 이르면, 그 무지(無知)는 참담하다 못해 섬뜩하기까지 하다. 노골적인 적의(敵意)를 과격한 언어로 포장해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른바 영향력 있는 신문들의 기사와 칼럼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적확한 분석과 진정 어린 비판을 찾아보기란 난망하다. 아무리 뒤지고 또 뒤져봐도 공영방송에 대한 날카롭고 건설적인 비판의식으로 무장한 책 한 권 변변히 찾아보기 힘든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공영방송이라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 그토록 별 것
오늘, 신경민은 교체될 것인가? 아시다시피 필요한 작업은 다 이뤄졌다. 인사권자의 고유 권한인 '결정'만 남았다. 앵커 선배인 엄기영 사장이 앵커 후배 신경민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고심하고 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그렇다. 누가 뭐래도 외압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미지수이다. 경영진은 양방향으로 이뤄지는 외부의 압력이 등가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기계적으로 나누면, 자르라는 압력도 있고, 그건 치욕이라는 압력도 있다. 내용적 차원을 달리하는 쌍방향이지만, 상황은 입맛에 따라 얼마든지 단순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압력 자체가 불편하다면, 무엇보다 우선 압력의 싹을 그냥 자르는 것은 가장 편리한 선택이다. 고위직의 누군가가 불편하단 이유로 윤도현의 출현이 막히는, 길 건너 KBS의 치졸함이 동시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