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8일 우름치에 대규모 병력이 투입되면서 신장 지구의 유혈 사태는 제압되었다. 중국 공안은 금요일에 메카에 모여 집회를 하는 이슬람교도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종교 행사가 폭력 시위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접한 어떤 국가의 경찰을 연상시키는 대목인데) 모스크를 한시적으로 폐쇄하기도 했다. 이렇게 신장 지구 유혈 사태는 진정되어가고 있다. ‘해외’라는 단어를 들으면 ‘시장’ 내지는 ‘자원’을 떠올리는 국내 언론의 속성상, 신장 지구 유혈 사태의 보도 방향도 대부분 그쪽으로 편향되어 있었다는 인상을 준다. 신장 지구에서 개발된 유전이 있고, 그 유전의 개발권을 한족이 독점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위구르인들의 불만이 누적되어 있다가 한 장난감 공장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계기로 폭발하게 되었다는 설명
‘윤이상’이라는 이름이 문제가 되고 있다. 경남 통영에 지어지는 음악당 이름이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윤이상국제음악당으로, 다시 통영국제음악당으로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알려진대로 윤이상(1917~1995)은 통영 출신으로 세계가 알아주는 현대 음악가다.윤이상은 1956년 유럽으로 음악 유학을 가 독일에 정착했다. 1963년 북한을 찾아갔고 1967년 이른바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끌려 들어와 재판을 통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두 차례 감형을 거쳐 이태만에 석방된 뒤 독일로 나갔다.(또는 들어갔다.)1981년 광주항쟁을 소재로 삼아 를 작곡했고 1994년 한국에서 열린 윤이상 음악 축제에 참석하려 했으나 우리 정부와 갈등 끝에 불발에 그쳤다. 이듬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채 숨을 거
내게 있어 운동이란 숨쉬기 운동이 고작이다. 최근 들어 점심 식사 후 두어시간 지나 사무실 직원들과 함께 하는 국민체조가 근래 시작한 운동이라고 한다면 나의 스포츠 이력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직접 체험하지 못하면 응원이라도 열심히 해야 할 터이나, 어찌나 간덩이가 좁쌀만한지 두 손 불끈쥐고 숨죽이며 응원하는 ‘빅 경기’도 즐기지 못하는 소인배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승전보를 간절히 염원하며 짐짓 딴전 피우다 승리의 기운이 완연한 다음에야 슬며시 엉덩이를 들이밀거나, 것도 아니면 감동의 순간을 ‘리플레이’의 기쁨으로 재생산해서 뒤늦게 박수치는 엇박자의 썰렁한 세레머니를 연발, 앞서 탄식과 환호를 공유하던 사람들 일제히 뒤돌아보며 “뭐야?”하는 썰렁한 눈총 세례도 많이 받았으니 짐작컨대 내 명(命)은 ‘욕먹어’
“저탄소 녹색성장는 정말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 시도 정부시책에 발 맞춰 저탄소 녹색성장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지난 2007년 이후 900여개의 기업을 유치해 2천여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지방출장을 다녀왔습니다. 낮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어차피 본 취재는 해가 질 무렵 시작되기 때문에 아직 꽤 기다려야 했습니다. 가로등엔 하나 둘씩 불이 들어오고, 어둑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뉴스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틀고 좌석을 뒤로 젖혀 누웠습니다. 지역라디오 방송에선 반은 최신 가요가 나오고, 반은 시정을 홍보하는 뉴스가 나오더군요. 리포터와 그 도시의 모 국장이라는 사람이 대담을 나누고 있는데, 국장의 발언입니다. ‘4대강 사업’의 중요성에
KBS의 이사 11인(비상임)과 MBC지배주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인(비상임)을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모하고 있다.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은 신(神)이거나 ‘연필굴리기 도사’거나 그것도 아니면 ‘거수기’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비록 ‘거수기’에 혐의를 짙게 두고 있으나, 아무리 ‘거수기’로 자임하고 자기비하해도 최소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하는 절차인데, 대상자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장치가 거의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공고 제2009-48호-한국방송공사·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후보자 모집 공고”를 보면 제출서류가 다음의 5가지다.
서울에서 첫 지하철을 타면 그 모습이 출퇴근 시간대와는 판이하다. 거개가 50대가 넘고 행색이 초라한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많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그들은 어디로 갈까? 대부분이 큰 건물이나 아파트로 들어간다. 여자는 사무실, 복도, 계단, 화장실을 청소한다. 남자는 경비원으로서 교대시간에 맞춰 간다. 그 얼굴들이 6월 하순 서울 여의도 등지에서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연좌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더러 구호를 외치고 운동가도 부르나 너무나 어색했다. 누가 그들을 거리로 내몰았을까? 노동부가 최저임금이 너무 올라 깎아야 한다고 나섰고 재계가 맞장구쳐서 일어난 일이다. 정부·여당이 60세 이상 고령자의 최저임금을 삭감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중이
6월 임시국회에서 언론법 처리를 두고 또 다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시도 여부가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하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7일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압박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나경원 의원은 “미디어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키 위해선 13일까지 상임위에서 논의가 끝나야 한다”며 “국회의장이 ‘미디어법을 이번 국회에서 표결 처리한다’고 밝힌 것은 법 논의가 안되면 직권상정을 한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박희태 대표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직권상정은 합법적인 수단”이라고 거들었다. 안상수 원내대표도 “협상이 안되면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시한을 정해놓고 하는 논의에는 참여할 수 없다. 여당이 미디어법 처리를 강행하면 재앙의 날이 될 것”이라고 맞서면서
섬뜩했다. 미실(고현정)이 남편인 세종(독고영재)과 정부인 설원(전노민) 그리고 그 각각의 아들들인 하종(김정현)과 보종(백도빈)을 앉혀놓고 묻는다. 사다함의 매화가 그리들 궁금하였느냐고. 그러곤 “비밀을 다 공유하려면 서로의 일을 다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쏘아 올린다. 세종이 화백회의를 장악하고 통솔하기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 또한 설원이 병부령 대장군이 되기 위해 무슨 짓을 했는지 서로가 다 알아야 할 게 아니냐고 몰아붙인다. 결국, 오직 미실만이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을 다 알고자 하면, 천하에 미실은 둘일 수 없으니 차라리 미실을 베라고 일갈한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의 논의 시한을 13일까지로 한정지었다. 중앙일보 표현에 따르자면, ‘최후통첩’이란다. 13일 이후에 벌어질 상황은 보장
신문법은 신문·방송 겸업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방송법은 시행령을 통해 거대재벌의 방송소유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를 획책하는 ‘언론장악법안’은 족벌신문과 거대재벌이 KBS, MBC 같은 지상파방송의 지분을 각각 20%까지 소유하게끔 한다. 또 YTN 같은 보도전문채널과 지상파방송과 같은 역할을 하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을 통해 보는 종합편성채널은 소유지분을 49%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외국인에게도 20%까지 개방하여 뉴스를 보도하고 논평하도록 하려고 한다. 또한 방송법이 규정한 최대주주의 소유한도 30%도 49%로 확대하려고 한다. 많은 국민들이 조·중·동의 방송소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다. 친정권적·정파적 보도행태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신문시장을 지
어쩜 이리 똑같을까?놀라울 뿐이다. 정권 차원에서 합리성 부재의 정책을 무리하게 펼칠 때마다 어김없이 단순 실수를 가장한 ‘통계 조작’이 존재한다. 노무현 정권 때는 한미FTA가 그렇더니만, 이명박 정권 때는 언론관련법 일자리 창출 날조를 위한 통계 조작이 그렇다. 하기야 현 정권 들어 수치 가지고 장난치며 숫자놀음 한 게 어디 이번뿐인가? 대운하 때도 그랬고, 부자 감세 때도 그랬던 기억이 새롭다.그럼에도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자행한 이번 통계 조작은 그 죄질이 너무 저질이다. 2004년이나 2005년 또는 2007년과 국내총생산과 견줘보면, 2006년 국내총생산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었을 텐데, ‘ITU 제공 통계가 그렇게 돼 있어 그대로 갖다 썼다’는
자다가 빗소리에 얼핏 잠을 깼습니다. 밖은 아직 어둡습니다.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쉬지 않습니다. 잠결에도 쉬 그칠 비가 아니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새벽부터 내린 비가 쉬지 않고 하루 종일 내립니다. 곳곳에서 물이 흐르고 계곡에선 천둥치듯 물소리가 나고 비구름은 하루 종일 산중턱에 걸려 누워있습니다.잠시 비가 멈칫거리면 산 아래 깊은 계곡에서 흰 구름이 피어올라 산중턱 비구름과 만나는 진기한 풍경이 벌어집니다. 해마다 장마는 찾아오지만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계곡에서 들리는 천둥소리, 산중턱에 걸린 비구름은 항상 새롭습니다. 하루 종일 비 때문에 바깥 활동을 하지 못하고 집안에서 비 오는 옛 풍경을 떠올렸습니다. 오늘처럼 비가 많이 내리면 아버지는 삽
나의 스포츠 소비일지새벽 6시.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우선 현관문으로 나가 배달된 네 개의 신문을 집어 식탁에 펼친다. 모닝커피 한 잔과 더불어 각 신문의 1면 헤드라인을 대충 훑어보고 난 후 한치의 망설임 없이 바로 스포츠 면으로 넘어간다. 물론, 이미 지난 밤 인터넷과 TV뉴스를 통해 대부분 알고 있는 내용들이지만, 신문기사만이 가지는 세밀함과 분석의 정확성을 기대하고 또 한 번 스포츠 소식을 접한다. 6시 반. 컴퓨터를 켜고 네이버로 들어가 스포츠 소식란을 클릭하면서 신문에서 다루지 못한 최신 소식, 따끈따끈한 소식을 접한다. “오호라, 박지성이 밤새 열나게 뛰어다녔구먼. 더 뛰어야쥐, 살아남으려면…ㅋㅋ.” 혼자 축구해설위원처럼 자평도 주저하지 않는다. “호나우두 애인은 글래머”란 기사에 자연스럽
다나카씨를 소개합니다아사이신문은 2000년에 별난 인기투표를 했다. 독자들에게 지난 1000년 동안 기억할 만한 일본 정치 지도자를 대보라고 요청했다. 늘 그렇듯이 그때도 사카모토 료마가 일등이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오다 노부나가가 각각 2, 3등을 차지했다. 놀랍게도 일본 64대, 65대 총리대신을 역임한 다나카 카쿠에이(田中角榮)가 4위를 차지했다. 1993년에 세상을 떠났고, 뇌물 사건으로 체포까지 당했던 그를 현대 일본 정치인 중 최고로 뽑았으니 놀랍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다나카는 일본 중의원 16선의 관록을 지니고 있다. 그의 딸이 그 선거구를 물러받았을 정도니 그의 인기는 우리가 감히 느낄 수 없는 그런 정도의 것이었으리라.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지녔으면서도 일본 정계를 호령하
항상 그렇듯이, 비평가는 비평, 즉 상대방이나 특정 대상을 비난 또는 비판함으로써 그 역량과 그 역량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법. 역으로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의 방침을 지지하거나 특정인 특정집단을 향해 ‘용비어천가’류의 글쓰기를 하면 집중타를 얻어 맞기 십상. 하지만 이런 부담을 떠안고 지금 현재를 조명해보고 싶은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입니다. 85학번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성근 언론노조 실장이 있는데요, 요즘 말로 원리주의자, 누구 말로 한국의 탈레반이라고 하죠. 그런 김성근 언론노조 무슨 실장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김 실장이 처음으로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문자를 보냈답니다. “위원장, 오늘 정말 잘해씀다. 위원장 멋쟁이”하며 대충 비슷한 문자메시지를 날린 모양
선거를 통해 ‘권력’을 획득한 정권이 또 역시나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재창출해야 하는 정당이 ‘서민’과 ‘실용’을 배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권이 미숙한 나머지 그 아주 당연한 것을 깨닫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문제이지, 일단 ‘서민’과 ‘실용’으로 돌아온 것은 예정된 수순, 정방향의 회로이다.그렇다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환영할 순 없다. ‘명목’과 ‘실질’ 간의 거리감 때문이다. ‘당위’가 ‘행위’로 연결되지 않는 부재감 때문이다. 이제 말을 보태기에도 손가락이 아픈 수준이지만 대통령이 재래시장을 방문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물론, 아예 없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도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거나 진행 중인 재래시장의 현대화 작업의 경우 DJ 시절 대통령의 시장 시찰 이후 끌려
임시국회가 이렇게 지루하게 흘러가기는 아마 처음일 듯. 그동안 국회를 향해 ‘제발 싸움 좀 그만하고 민생 챙기는 일 좀 해라’며 싸우는 국회를 향해 비난할 줄 알았지, 그들이 왜 싸우는지, 싸우지 않으면 왜 안 되는지에 대해서 눈 감고 귀 막고 살았는데, 7월 임시국회 내내 국회가 우리들의 삶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절감하며 산다. 비정규직들의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법안의 향배에 따라 삶의 질과 인생의 현재와 미래가 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는 국회의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비수가 될 수도 있고,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미디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민주주의의 안착과 풍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꿈꾸던 사람들, 이미 단두대에 올라 목 잘리면서도
1980년 9월 28일 1면에 놀랄만한 기사 한 편이 실렸다. 천부적인 재능과 탁월한 글 솜씨로 촉망받던 젊은 흑인 여기자 재닛 쿡(Janet Cooke)은 ‘지미의 세계’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서 헤로인에 중독된 여덟 살짜리 어린이의 일상을 날카롭고도 섬세하기 그지없는 시각으로 생생하고 통렬하게 그려냈다.여덟 살 지미는 3대째 헤로인 중독자다. 엷은 갈색 머리의 조숙한 소년으로 윤기 나는 갈색 눈을 가졌으며 가느다란 갈색 팔의 어린애같이 부드러운 피부에는 주사바늘 자국이 주근깨처럼 드러나 있다.지미는 워싱턴 남동부의 안락하게 꾸며진 거실에 놓인 커다란 베이지색 안락의자에 기분 좋게 파묻혀 있다. 그가 옷, 돈, 볼티모어 오리올스, 그리고 헤로인으로 이루어진 삶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100% 국가부채인데… 지속 가능한 고용창출을 하는 데 투입해도 모자라는 판인데… 자꾸 확대하는 것은 굉장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사업 내용도 하나하나… 환경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경제적인 예비타당성 검토도 열심히 해야 한다.”, “사실은 23조원 정도가 아니라 아직 발표 안 한 게 몇 가지 있다.”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을 지낸 이한구 국회의원이 지난 6월 1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편집광적 증세를 보인다. 대통령이 당선되자 마자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반대여론이 드세자 ‘한다’, ‘안 한다’를 반복하더니 투자재원을 ‘재정’이니, ‘민자’니 하며 숱하게 말을 바꾸었다. ‘물류’라더니 ‘관광
시행이냐, 유예냐가 이토록 가파르게 여의도를 가를 것을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누가 뭐래도 비정규직법안은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이좋게 합의하여 만든 것이 아닌가. 지금 제기되고 있는 모든 쟁점, 문제시되고 있는 모든 우려들은 이미 법을 만들 때부터 있어왔던 것이다. 민주당은 불가피하다고 했고,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노동계의 설전을 줄곧 관망하며 불구경을 하다가, 전광석화처럼 민주당과 합의했었다.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이 그 긴박했던 상황을 밖으로 부지런히 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록, 그 합의가 한 장의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고 한 순간의 야합일지언정, 그 종이와 야합의 사회적 이름은 ‘법’이다. 시행이냐, 유예냐. 한쪽에선 시행은 곧 ‘대란’이라 하고, 다른 한쪽에선 유예를
지난달 23일 세브란스 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존엄사가 시행되었다. 그러나 존엄사가 시행된 지 1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모 할머니는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김모 할머니의 존엄사는 의학적 법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부적 소생기술의 도움 없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학적 판단이 존엄사 시행의 중요한 법적 근거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논란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존엄사가 시행될 때, 인공적 소생기술이 제거된다 해도 심장박동이 멈추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인공적 소생기술이 제거된 이후에 길게는 10여년을 넘게 스스로 생명을 유지한 사례들이 수차례 보고 된 바 있다. 문제는 존엄사 자체가 실질적 죽음과 필연적 관계를 맺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