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조현옥] 여름꽃, 가을꽃도 떠난 늦가을 교정에 반송(盤松)의 연녹색 푸르름이 줄지어 서 있다. 코로나19로 원격 수업을 하여 비었던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학생들의 활기찬 모습을 그들도 흐뭇하게 바라보는 듯하다.반송은 위로 높이 자라는 소나무와 달리 가지가 옆으로 퍼지며 우산 모양으로 자라는데, 그 모양이 우아하고 정겨워 선비들이 좋아하는 나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여섯 그루의 반송이 천연기념물로 정해졌다고 하는데 그중 무주 설천면의 반송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또한 나무 연구가 박경진 씨에 따르면 서울에서 개성으로 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오미크론’이라는 이름의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 경제를 들었다 놨다 한다. WHO가 ‘우려변이’로 지정하자마자 전 세계 증시와 유가가 폭락한 걸 보면 그렇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코로나19로 풀린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긴축으로 선회하는 국면에서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은 최악의 경우 전 세계 경제를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할 수 있다.이런 상황은 ‘예상 외’인가? 아니다. 오히려 올 것이 왔다는 것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공동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일부 지역에서 치명적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이전까지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물론 오미크론 변이에 그 정도의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연합뉴스에 대한 공적 지원이 취지에 맞게 사용되는지 검증하고 공적 기능 실효성을 어떻게 높일지 모색해야 한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논평 중에서. 연합뉴스의 공적 기능이란 무엇일까요? 2000년 초 연합뉴스의 국가통신사 지원은 언론노조가 정한 언론개혁 10대 과제 중 앞 순위였습니다. 가장 큰 명분이 '정보 주권 실현'입니다. 부연하자면 ‘세계의 변화 흐름을 외신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의 시선으로 국민에게 제공하자’는 것이 명분이었습니다.5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이른바 ‘연합뉴스사법’은 2009년 일반법으로 전환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2년 전 학원에서 강의를 할 때였다. 전 여자친구의 가족을 죽이고 여자친구를 감금 폭행을 하다 잡힌 스토킹 범죄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스토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우선 가족에게 알려야 하고, 혼자 다니지 말아야 하고, 호신용품은 꼭 가지고 다녀야 하고, 무엇보다 경찰에 알려야 해, 라는 의견이 오고 갔다.A가 말없이 조용히 듣고 있더니 툭, 한 마디 던졌다. 다 소용없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A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전혀 모르는 남자한테, 짐작도 되지 않는 남자한테 스토킹을 당하고 있었다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후보의 변화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아마 그럴 것이다. 지지층 일각에선 반발하고 있지만, 후보에게 중요한 것은 어찌됐든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그 점에서 이재명 후보의 재난지원금 지급 철회와 특검 수용은 중요한 터닝포인트라고 본다.애초에 전국민재난지원금 지급은 명분이 없는 카드였다. 이재명 후보 입장에선 재난지원금의 보편적 지급이 경기도에서 이미 해본 일이라는 점에서 검증된 정책이라고 봤을 수 있다.그러나 모든 일에는 맥락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코로나19 초기처럼 팬데믹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었다면 전국민재난지원금에 관한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었을 거다. 그러나 단계적 일상회복이 이뤄지
[미디어스=김동원 칼럼] 지난 11월 12일(금) 백여 개가 넘은 지역방송·신문사의 눈길이 한곳에 쏠렸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가 포털뉴스와 콘텐츠제휴를 맺을 9개 권역별 언론사를 발표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지역언론은 네이버와 다음 애플리케이션의 언론사별 편집판이나 추천 뉴스에서 누락되어 왔다. 매년 2회 실시하는 심사 평가 기준인 80점(100점 만점)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역언론의 항의에 제평위는 지난 5월, 지역매체 특별 심사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을 경기·인천, 강원, 세종·충북, 대전·
[미디어스= 고승우 칼럼]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한 요인에는 세계 최대의 유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사업자 넷플릭스가 제작 배포한 것도 포함된다. 이는 21세기 정보화시대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콘텐츠가 무엇이든 그것이 배포 확산되는 유통 부분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이다. 넷플리스는 '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인 흥행 속에서 한국 진출 5년 만에 요금을 기습 인상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또한 정보화시대 거대 기업의 탐욕스런 독과점적 이윤 추구 행태라 하겠다.'오징어 게임'에 얽힌 사연은 한국 사회의 대중매체와 포털, 플랫폼 등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정적인 현상과 닮은꼴이다. 대중매체가 포털 등 온라인 속 유통 부분의 수요자를 확보하려는 경쟁에 휘말려,
[미디어스=조현옥] 어느 날 아파트 후문에 키가 작은 백일홍이 곱게 심겼다. 빨강, 주황, 분홍…. 누가 더 크고 작고를 비할 것 없이 20여센치 정도 크기로 심어진 꽃들이 백일이 지났어도 키는 많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한여름 폭염과 초가을 비바람에도 변함없이 밝게 피어있으니 기특하다. 누구 하나 도드라지려 고개를 쑥 내밀지 않고 나란히 서서 햇빛을 고루 나누어 받고 사이좋게 피어있는 것이다.아파트 두레에서 이곳저곳 예쁜 꽃들을 심기 시작한 지 몇 년 되니 이제는 보기 귀한 꽃향유도 피고, 노오란 산국이 목련 나무 옆에서 출근길의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종부세를 없애겠다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재산세와 통합시키거나 1가구 1주택의 경우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거다. 윤석열 후보와 가까운 사람들은 경선에선 우클릭, 본선에선 중도 공략을 주장해온 바 있다. 그러나 종부세를 사실상 없애겠다는 주장은 방향이 없는 중도 공략의 허망함을 보여준다.종부세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일부 경우에 있어서는 윤석열 후보가 지적하듯 어떤 개인에게 올해 종부세 고지서는 악몽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 종부세는 인별 과세로 국세로 걷어 전액 지자체에 다시 교부한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더라도 고가주택이 몰려있는 특정 지자체에만 세수가 몰리는 걸 일부 방지한다. 재산세는 지방세이고 물건에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집 앞에 천이 있다. 천변 길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도 많이 이용한다. 서울의 천변 길과 달리 집 앞 천변은 산책로만 만들어졌을 뿐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살아있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길이다.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고, 날씨의 농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길이다.새벽의 알싸한 공기와 아침의 청명한 하늘과 부스스 부서지는 점심 햇살, 저녁이면 산 너머로 번지는 진홍색 노을 사이로 떠오르는 달과 남청색 주단을 깔아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되었다. 여의도 언저리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예상한 대로의 결과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예상치 못했던 대목도 있다. 언론은 ‘당심이 민심을 이겼다’고 평했는데, 예상헀던 것보다 당심과 민심의 차이가 더 컸던 것이다.여의도 호사가들의 전망은 홍준표 의원이 여론조사에서 10%포인트 이상 앞서가면 승부는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접어든다는 거였다. 그러나 막판에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율이 복구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때 이미 승부의 결말은 예상됐다. 그런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호사가들의 홍준표 승리 시나리오는 일부 실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의원이 11%포인트 가까운 차이로 여론조사에서 앞선 것
[미디어스=김채윤 칼럼] 얼마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 의한 불법촬영 범죄가 발생했다. 범인은 놀랍게도 해당 학교의 교장이었고,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단독’을 달고 나온 기사에는 화장실에서 카메라가 발견되었으며 범인이 교장이라는 짤막한 사건 내용을 담고 있었다. 어디보다도 안전해야 할 초등학교에서 그것도 교사에 의한 성범죄라니, 사람들은 경악하며 개인의 SNS에 기사를 퍼 나르며 분노를 드러냈다.시간이 지난 오늘, 나는 해당 사건의 후속 조치를 살피기 위해 관련 기사를 검색하였다. 놀랍게도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최근 대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들을 모아보니 의미심장하다. 첫째,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여론은 높아졌고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이 우위인 국면에 들어섰다. 둘째,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의 성적은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응답에는 미치지 못한다. 셋째, 그나마 홍준표 의원이 이재명 후보를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제 국민의힘 경선 투표가 시작되었는데, 이게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정권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문재인 정권의 문제는 무엇일까? 첫째,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다. 둘째,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사실을 왜곡하고 맥락을 비틀어서라도 남 탓을 하려고 한다. 셋째,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거의 모든 정치적 장
[미디어스=윤여진 칼럼] 언론에 대한 징벌적 피해보상제도를 도입하자는 취지의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가 있었을 때 언론 및 관련 단체들은 한목소리로 언론자유 억압을 주장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했다. 그리고 ‘통합적 자율규제기구’를 출범시켰다. 미디어 종사자들 스스로 ‘미디어 구하기’를 하자고 나선 것이다.디스패치는 지난주 조재범 성폭력사건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피해자인 심석희 선수 측이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피고인 조재범 측으로부터 전달받아 대중에 공개했다. 그리고 이어서 이번 주 디스패치는 배우 김선호
[미디어스=조현옥] 덕수궁의 함녕전(咸寧殿)을 지나 즉조당(卽阼堂)과 준명당(浚眀堂) 뒤쪽을 지나는데 살며시 가을바람이 느껴졌다. 그 순간 소나무를 스쳐온 바람이 궁이 지나온 시간을 거스르게 했다.덕수궁 안을 걷는 시간은 다른 궁 안을 걷는 것보다 마음이 여유롭지는 않았다. 좁은 터 안에 자리잡은 여러 전각들의 간격이 좁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와 함께한 비운의 역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 년에 한 번 지나는 사계절 마디 마디의 고난과 어려움이 한 해 동안에 수없이 지난 것 같은 근대사의 영욕을 덕수궁은 궁의 주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바닥이 없는 진흙탕 대선이다. 어떤 분석이나 평론도 소용이 없어 보인다. 대선 후보를 평가하는 게 과거 누군가의 말처럼 ‘취향껏 골라 잡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돼버린 판이라서다.국민의힘 경선 후보인 원희룡 전 지사가 라디오 생방송 중 고성을 지르다 자리를 뜬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전무후무의 방송사고를 내놓고서 오히려 잘했다는 태도인 것은 공직을 맡겠다고 나선 이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양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신경정신과 의사인 배우자가 상대당 후보에 대해 ‘소시오패스’라는 공격을 한 것은 부적절하다. 이재명 지사가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면모를 가졌다는 점을 지적하더라도 배우자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사과를 했어야 옳다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독서 낭독모임에 참여했었다. 각자 일주일 동안 읽은 책 중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과 좋았던 문장 등을 내용과 함께 이야기하는 모임이었다. 내가 가지고 갔던 책은 구병모의 이었다.실험공동주택에 입주한 주민들의 이야기였다. 아파트에 입주하는 조건은 자녀를 셋 갖는 것으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실험적 대책으로 세워진 아파트였다. 열두 세대에 네 세대가 먼저 입주하였다. 책에선 여성의 돌봄 노동의 문제와 공동육아의 현실적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책을 읽는 내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이재명 국감’이 시작된다.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정감사에 피감기관장으로 출석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가 지사직 사퇴와 불출석을 결정했다면 무난하게 표를 잃는 국면으로 갔을 것이다. 반면 국감에 출석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잃은 표를 만회할 수도 있다. 물론 예상치 못한 돌발악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더 크게 잃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감 출석은 승부수이다.승부수를 던진 것은 좋은데, 승부라는 게 반드시 직구만 고집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장동 개발은 단군 이래 최대 공익 환수 사업이고, 최근 불거진 의혹은 국민의힘-법조인 게이트이며 윤석열 전 총장이 저축은행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야
[미디어스=심영섭 칼럼] 바람직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정책목표 세우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과학적인 정책수단을 찾는 역할은 정부와 의회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사회 각 분야에서 국가와 민간의 영역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거나 역할이 중첩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또, 사회 환경은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시민들로부터 국가권력을 위임받는 정부나 의회가 단독으로 책무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와 시장, 사회가 서로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나눔으로써,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 ‘바람직한 미래 사회’를
[미디어스=조현옥]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하략)윤동주 시인이 연희전문학교 시절 교지 『문우(文友)』에 발표한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독립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청년 윤동주의 내적 고뇌와 자기 성찰이 담겨 있다.나는 중학교 시절 이 작품을 접했다. 용돈을 받아 시집이나 시낭송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