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은 취재보도 활동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를 주제로 언론인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계에서 언론윤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필진이 돌아가며 격주로 집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에 게재합니다.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미디어스=김도승 칼럼] 언론은 취재과정이나 보도내용에서 개인의 정보를 일상적으로 다루게 됩니다. 사실을 확인하고 비평하며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언론이기에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언니, 은희를 봤어. 우리 은희, 라는 전화 연락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유쾌하게 웃었다. 내 이야기인 줄 알았다. 후배가 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다. 영화 이야기인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대화를 주고받는 중에도 바로 눈치채지 못했다. 나의 그 시절과 너무나 닮은 이야기였기 때문이다.대화가 오고 가면서 영화 이야기이고 주인공 이름이 은희, 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 다른 은희에 대해 알게 된 순간이었고 또 다른 은희의 그 시절이 나의 그 시절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에 왠지 모르게 가슴 한편
[미디어스=김동준 칼럼] 4월 2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미디어 분야 국정과제 브리핑’은 새 정부의 정책 방향성을 짐작케 한다.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미디어 관련 법·체계 정비’, ‘규제 완화’, ‘진흥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미디어 전반의 법·체계를 재정립하기 위해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대목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정부에서도, 대선 중에도, 전반적인 미디어 분야의 정비를 위해 위원회 구조의 사회적 논의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미디어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정체를 잘 모르겠다. 물론,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상황은 이것
[미디어스=조현옥 수필가] 5월의 어느 날 저녁, 오래된 아파트 앞마당의 공기가 숲속처럼 싱그럽다. 입주 초기 심어진 나무들이 우뚝우뚝 솟아난 만큼 가지마다 무성한 잎에서 초록 공기를 내뿜기 때문이다.오래된 정원수 곁에 있으면 굵다란 줄기에서 든든함이 묻어나고 가지마다 드리워진 푸른 잎은 한없는 평화를 준다. 세월을 먹고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 덕이 깊어지고 혜택이 깊어지는 나무는 언제 보아도 사람의 스승이라 할 만하다.풋풋한 봄 공기에 취해있으면 달짝지근한 아까시 향이 코끝을 스친다. 이어서 달큰함을 살짝 씻어내며 푸릇함을 더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화제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국 기자는 한국 대통령에게, 미국 기자는 미국 대통령에게만 질문을 하라는 대통령실의 방침은 권력과 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윤석열 대통령 입장에서, 최소한 미국 언론보단 한국 언론이 상대하기 쉽다는 거 아닌가?역대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상대를 조롱하거나 깎아내리는 듯한 언동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곤 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의 ‘this man’, 노무현 대통령 때의 ‘easy man’ 논란이 그랬다. 이명박 정권 때는 정상회담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아프간 파병 논의 여부에 대해 한국 대통령이 “논의한 바 없다”고 답했는데 곧바로 미국 대통령이 “논의했다”고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미디어스= 권현정 칼럼] 요즘은 뉴스나 정보가 너무 많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부터 연예인이 입고 먹는 물건에 대한 자질구레한 신변잡기까지 그 영역과 범위는 무한하다. 정보와 뉴스가 많아진 만큼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정보, 소위 ‘가짜뉴스’가 많아진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많은 정보들의 최초 출처를 알기도 쉽지가 않다.정보의 내용 또한 날이 갈수록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단순한 텍스트로만 정보를 소비하지 않고, 동영상을 더욱 매력적인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지방선거를 앞둔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한 것일까? 정치권 현안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한 마음뿐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밥을 먹느니 마느니 하면서 입씨름을 벌이고 있는데, 본질은 인사 문제와 지방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에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다.그러나 정치적 갈등을 떠나서 집권세력과 야당이 수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밥 먹는 게 어떤 특별한 이벤트로 여겨지는 환경이 아니라면 이렇게 싸울 일이 뭐 있겠나. 윤석열 대통령이 음식에 대해서만은 늘 진심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엔 안 되더라도 앞으로도 식사 제안을 일상적으로 하길 바란다.물론 대통령과 여야가 일상적으로 모여 밥을 먹는다고 한다면 ‘식사 정치’의 효용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다른 시간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 코알라의 낮잠처럼 아주 더디게 흐르는 시간 속에 사는 아이들이 있다. 장애와 비장애 경계에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아이들. 그중 한 아이를 알고 있다. 나는 그 아이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지능은 아이에게서 더는 발달하지 않지만, 몸은 일반인과 같이 성장하는 아이였다. 바꿀 수 있다고, 바뀔 수 있다고 어리석은 생각을 했던 때도 있었다. 그래서 무리하게 아이에게 완력을 사용한 적도 있었다. 걱정하며 바라보던 시간이 있었다. 걱정했던 시간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
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은 취재보도 활동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를 주제로 언론인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계에서 언론윤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필진이 돌아가며 격주로 집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에 게재합니다.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미디어스=신미희 칼럼] 최근 언론인 팸투어 취재가 또 다시 언론윤리 위반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해외공연에 100여 명의 언론인이 BTS 소속사 하
[미디어스=조현옥 수필가] 오랜만에 남양주로 종주 산행을 떠났다. 전에는 거의 매주 친구들과 10km 이상 산행을 했다. 코로나19가 전파되면서는 집 근처에서 혼자 한두 시간 걷곤 하였는데, 작년부터는 그조차 뜸해졌다. 작년 봄 삐끗한 발목이 회복되지 않고 수개월을 가는 동안 햇빛을 받으며 걸었던 시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몇몇 산우들은 방역수칙 내의 인원을 꾸려 산행을 계속했다. 산우들이 예봉(禮峰), 적갑(赤甲), 운길(雲吉)산행을 떠난다는 공지를 들을 때면 가보고 싶다는 마음 반, 산이 험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반 교차하여
[미디어스=탁종열 칼럼] 한국 언론의 문제 중 대표적인 것이 ‘보도자료 베껴 쓰기’이다. 특히 경제 관련 기사의 경우 취재를 통한 확인이나 분석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은 를 발표했다. “국내 대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최근 대내외 불확실정 확대에 따라 차입을 늘려 현금을 확보해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전경련은 이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잘 헤쳐나가 적극적인 투자·고용에 나설 수 있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결국 이재명 안철수 두 대선 후보가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안랩을 해당 지역에 만들었다는 걸 근거로 경기 분당구 갑 지역구와의 인연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구 을 출마를 비난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연고’를 따지면 별로 명분이 안 서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명분도 없는 지역구에 왜 출마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이재명 고문의 경우 지금까지 이 ‘답’은 개인의 정치 진로와 연관된 것으로 이해되었다. 당권 도전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거나 수사를 대비한 ‘갑옷’을 걸쳐야 한다는 식의 설명이다. 호사가들뿐이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된 인사들도 이런 설명을 공공연하게 했다. 안철수 위원장도 같은 처지다.
편집자=미디어스는 고발사주 의혹을 [단독] 보도한 전혁수 뉴스버스 기자의 기고문을 두 차례에 나눠 게재합니다. 전혁수 기자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윗선 수사가 무산된 이유를 언론을 중심으로 풀어냈습니다. 알다시피 고발사주 의혹은 검언유착 의혹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고발사주 의혹이 제기되고 공수처가 수사를 종결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언론의 태도는 기억될 필요가 있습니다. ▶ 에서 이어집니다.[미디어스=전혁수 뉴스버스 기자] 작년 9월 2일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사건을 보도한 직후 언론은 이 사건을 ‘정치화’시켰다. 사실관계보다 윤석열 당선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전하거나 공방식 보도를 쏟아냈다. 공수처 수사 결과 밝혀졌듯 윤 당선인 측
편집자=미디어스는 고발사주 의혹을 [단독] 보도한 전혁수 뉴스버스 기자의 기고문을 두 차례에 나눠 게재합니다. 전혁수 기자는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윗선 수사가 무산된 이유를 언론을 중심으로 풀어냈습니다. 알다시피 고발사주 의혹은 검언유착 의혹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고발사주 의혹이 제기되고 공수처가 수사를 종결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언론의 태도는 기억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스=전혁수 뉴스버스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의 총선개입 사건,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가 발표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손준성 검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공모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이첩했다.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정치 뉴스를 보다 보면 서글퍼진다. 정치인들이 스스로 정치를 희화화 하고 스스로의 권위를 내다 버리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한국 정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광경을 앞으로도 계속 봐야한다는 것은 고통이다.‘검수완박’의 결말은 코미디로 끝날 듯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이란 말은 검찰과 검찰 출신의 정치인들이 언론과 합작해 만들어 낸 프레임의 반영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원래 이 단어의 정치적 저작권자는 일부 여당 강성지지층과 ‘처럼회’라 불리는 대검찰강경파 국회의원들이다. 애초 더불어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의 취지도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검수완박’이라는 말에 걸
[미디어스=이종임 칼럼] 지난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신냉전이라 불릴 만큼 전 세계에 경제적, 군사적 위기를 불러일으켰고, 언제 전쟁이 종식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수많은 개인채널이 존재하는 지금의 미디어 생태계 내에서, 국제뉴스 보도는 지정학적, 국가주의적인 시각이 요구되는 정확한 정보전달이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국내 언론보도에서 국제뉴스는 큰 비중을 차지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는다. 취재 인력과 다양한 취재원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제뉴스는 대부
[미디어스= 탁종열 칼럼] 지난해 4월 비준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이 지난 20일부터 발효됐다. 1996년 OECD 가입 당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법 개정을 약속한 이후 26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특수고용노동자와 플랫폼노동자 등 ‘노조할 권리’는 온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ILO 협약이 발효되자 대기업과 이해를 함께하는 기업신문들은 ‘노동조합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기 위해 법과 제도를 뜯어고쳐 기업 방어권을 보장하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매일경제는 20일 사설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갑작스런 합의를 이룬 상황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합의안에 대한 재고를 언급하면서 ‘검수완박’은 미로가 되었다. 이준석 대표의 의도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윤석열 당선인의 입장이다.여야 합의 직후 윤석열 당선인과 인수위는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이후 기류가 변하기 시작했다.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 일반의 반발이 상당하다는 점을 의식한 권성동 원내대표가 수차례 협상의 성과와 불가피성을 설명하려 했지만 먹히는 분위기는 아니다. 급기야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정치인들이 자신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막는 조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은 이해충돌과 같은 모습이 될 수 있다는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내 어린 시절, 집이라는 공간은 항상 포화 상태로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었다. 할머니가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가 있었고, 오빠와 언니가 있었고 삼촌이 있었다. 우리 가족은 그 시절에 맞게 가장 평범하고 전형적인 가족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1970년, 80년 대에는 3대가 같이 사는 집이 대부분이었고, 이모나 고모, 삼촌 혹은 사촌 오빠까지 가족을 이루며 살았다. 집은 비좁았고 식사 준비를 하고 가족이 다 모여 앉아 먹는 데도 한참 걸렸다. 대가족이 별 탈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데에는 아버지의 권위와
[미디어스=조현옥] 봄 햇살이 무표정한 땅에 내려와 속삭인다. 매화, 진달래, 꽃마리가 시작한 봄 잔치에 아직 품고 있는 새 친구를 보내 달라고. 햇살이 이번에는 갯바람에게 청한다. 키 큰 가지에서 산수유가 눈꽃처럼 피었으니, 땅에서는 왕관을 쓴 노란 꽃이 피어나게 해달라고.그렇게 갯바람과 솔바람, 봄 햇살이 만든 풍경이 여미리에 피어난다. 초록색 줄기에 이어진 노란 꽃잎과 그 가운데 왕관이 있는 겹꽃. 다른 꽃에는 없는 꽃술을 담은 부화관(副花冠)은 누군가의 그리움을 담아두는 마음 주머니 같기도 하다.논두렁 밭두렁에서 소나무가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