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촛불시위에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린 틈을 타 한나라당을 비롯한 수구·보수세력의 개헌 총공세가 시작됐다. 개헌 주장이나 논의가 어제 오늘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특정 정파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거론하는 수준이었으나, 이제는 여야 정치권 모두가 이에 매달린 양상이다. 이런 분위기에 자신감을 가져서인지 원내 과반수를 장악한 한나라당 국회의장 내정자인 김형오 의원은 ‘연구’의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개헌안 제출과 처리 시한까지 못 박으며 단단히 밀어붙일 태세다. 2010년 6월 전까지 개헌을 끝내겠단다. 여야 모든 정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모임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개헌 논의를 시작했다. ‘촛불혁명의 87년 판’이라 할 수 있는 ‘6·10민중항쟁’을 통해 쟁취한 1
정몽준 의원의 '버스 요금 70원' 발언 보도를 처음 들었을 때 사실 기자는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그럴만한 개인적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에피소드 1.'2002년 FIFA 한일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있을 때 일이다. 어느 날 난리가 났다. 월드컵조직위원회 홈페이지 영어가 완전 엉터리에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문장으로 FIFA에서도 문제가 되는 등 국제적인 망신거리가 된 적이 있다. 부랴부랴 대변인을 비롯한 조직위원회 간부들을 경질하고 공개경쟁 입찰을 통해 새로운 홈페이지 관리자를 찾아 위탁함으로써 떨어진 명예를 회복하고 무사히 월드컵을 치룰 수 있었다.기자는 그 때 일하던 영어신문 코리아타임스에서 홈페이지 관리자 경쟁
18대 국회의원 중에서 최다선 의원은 'Mr. 쓴소리'라는 별명을 가진 7선의 조순형 의원이다. 그는 1956년 정통 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최고위원)를 지냈고 1960년 대통령 후보로 유세 도중 작고한 유석(維石) 조병옥 박사의 셋째 아들이다. 조순형 전 의원의 바로 위 형이 조윤형 전 국회부의장이다.조 의원은 평생 '정통 야당' 생활을 하다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으로 옮기는 바람에 'Mr. 쓴소리'라는 이미지가 빛이 바랜 느낌이다.정몽준 의원,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함께 '유이'의 6선 의원7선의 조순형 의원에 이어 6선 의원은 두 명 밖에 없다. 한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한나라당, 포항시 남구·울릉군)이고 다른 한 사람은 정몽준 의원(서울 동작 을)이다.
후세에 정치사가(政治史家)들이 역대 대통령들을 평가하면 노무현 이전의 대통령과 노무현 이후의 대통령으로 분류할 지도 모른다. 이 때 기준은 무엇이 될까? 기자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행세했느냐' 여부가 그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노무현 이전의 대통령은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등 모두 7명이다. 그 중에서 윤보선 대통령은 사실상 이원집정부제 형태에 가까운 의원내각제 하의 대통령이었으므로 이 분류에서는 제외한다. 노무현 이전의 대통령들은, 임기 막판을 제외하고, 한결같이 집권당의 총재를 겸하면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을 제왕적으로 행사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정치학 교과서에서 대통령 중심제 하의 직선 대통령을 '선출된 왕(elec
이명박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 ‘추가협상’이 진행 중이던 지난 19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정부는 지금 모든 외교력을 동원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국제기준과 충돌되지 않고 통상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식품 안전에 관한 국민들의 염려를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미국 부시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 사항을 구체적으로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를 계기로 지금 이 시각에도 양국 대표들이 모여 협상을 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원하지 않는 한 30개월령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일이 결코 없도록 할 것입니다. 미국 정부의 확고한 보장을 받아내겠습니다. 미국도 동맹국인 한국민의 뜻을 존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부시 행정부의 관련 공
어제(19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성난 민심의 실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10일, 광화문 일대가 촛불로 밝혀졌던 그 밤에, 저는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보았습니다. 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습니다. 캄캄한 산중턱에 홀로 앉아 시가지를 가득 메운 촛불의 행렬을 보면서,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늦은 밤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수 없이 제 자신을 돌이켜보았습니다."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 보면, 국민들이 "이제 다시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뼈저린 반성'에 걸맞은
21년 전 6월 당시는 민중항쟁이라 불렀다. 1987년 6월 당시 야당을 출입하고 있던 기자는 야당 지도부가 결합한 ‘6·10 민주혁명’의 전 과정을 취재하기 위해 당사보다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훨씬 많았다. 6월만 되면 감회가 새롭다. 어찌 기자 뿐이겠는가!6월 10일, 16일, 29일. 6월 10일이 21년 전 민주혁명 당시의 모든 상황을 상징하는 날이 되었지만, 기자에게는 6월 16일도 잊혀지지 않는다. 6월 10일이 민주혁명의 씨를 뿌린 날이라면, 6월16일은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노태우의 6·29선언으로 이어지는 징검다리이자 전환점이 됐던 날이다.1987년 6월 16일 전두환 대통령은 부산 지역에 위수령을 발동하려고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있었다. 군인들은 완전군장을 한
즈비그뉴 브레진스키(Zbigniew Brzezinski)는 1928년 폴란드에 태어나 10세대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하여 귀화한 다음, 하버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77년부터 지미 카터 행정부의 안보담당보좌관(national security advisor)을 지낸 공산권 문제 전문가로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소련의 붕괴(대실패)를 정확히 예측한 브레진스키그는 소련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지기 3년 전인 1989년에 발행된 ‘대실패(The Grand Failure: the Birth and Death of Communism in the Twentieth Century)'란 책을 통해 소련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을 자세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기술한 바 있다.
끝났다! 모든 것이 끝났다! 역사가 말해준다.1987년 6·10 민중항쟁이 그랬고, 2002년 FIFA 한일월드컵 때 ‘붉은 악마’들이 그랬고, 월드컵 경기를 꼭 보고 싶어 했다던 효순이, 미선이 추모 촛불집회가 그랬고, 노무현 탄핵 반대 집회가 그랬다.서울서만 1백만명 참석한 듯1백만명이 모이면 역사가 바뀐다. 1987년 6·10 민중항쟁 21주년에 벌어진 촛불시위는 과거 어떤 시위와 집회보다 위대했다. ‘혁명’이란 단어는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울에서만 1백만명 가량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1천명과 2천명의 차이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단위가 1백만명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자체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6·10촛불혁명' 참석자 계산법
이명박 취임 100일 전후 조선일보의 ‘속보이는’ 쓴소리 보수세력과 이명박 정권의 ‘후견인’ 내지 ‘기관지’ 같은 역할을 하던 조선일보가 상상을 초월하는 촛불시위의 위력 앞에 입장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본질적인 변화’ 같지는 않다.이명박 취임 100일을 전후해 조선일보의 주요 논설위원들과 칼럼니스트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명박 정권의 대선 승리 이후의 문제점과 국정운영 실패 사례들을 들어 비판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울지 모른다. 이런 글들을 읽는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핵심 참모들은 어떻게 반응할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조선일보를 이명박 정권에 진정으로 애정을 가진 수호자처럼 느낄까?조선일보 특유의 ‘신문 팔아먹는 기술’ 발휘
아이슈타인은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로 불린다. 그 전에는 모든 사람들이 시간과 공간, 에너지와 물질이 서로 다른 것으로 알았다. 시간과 공간, 에너지와 물질이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호환(互換) 즉 서로 바꿀 수 있다고 아무도 상상하지 않을 때, 그는 그것을 대단히 복잡하지만 간단한 수식으로 보여주었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Web 2.0 시위' 세계 최초로 구현그것이 곧 유명한 "E = mc²"이다. 잘 알다시피 'E'는 에너지(energy), 'm'은 질량(mass)을 뜻하고, 'c'는 빛의 속도인 상수(constant)를 의미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눈에 보이는, 혹은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질량이 있는 물질이 서로 교환 가능한 것이라는 것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똑똑하고 게으른 지도자가 가장 바람직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이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서, 지도자의 4가지 유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똑게, 똑부, 멍게, 멍부.” 바람직한 순서대로 적은 것이다.‘똑게’는 '똑똑하고 게으른’ 지도자다. 이 때 ‘똑똑하다’ 함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으면서도 때로는 모른 척하며, 전체적인 상황 파악과 크고 중요한 사안에 대한 판단을 정확하게 내리는 경우를 말한다.이 네가지 유형 중 어느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얼핏 보면,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가 가장 바람직할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왜? 처음에는 똑똑하고 부지런한 지도자로 인해 그 조직의 성과, 생산성과 효율성이 올라가겠지만 얼마 안 가 조직원들이 자신들의 지도자
이명박의 유일한 희망,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혁명,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 등 정치변동을 낳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필요조건이 '정통성의 위기(legitimacy crisis)'이고, 충분조건이 '효율성의 위기(efficiency crisis)'라 볼 수 있다. 효율성의 위기란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 일자리 창출, 복지 제공 등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것이다. 정통성의 위기와 효율성의 위기가 모두 발생하면 정치변동을 가져오게 된다. 선거를 통해서 집권당이 바뀌든, 아니면 4.19혁명을 통한 민주당 정부의 탄생 같은 급격한 정치변화가 따르게 된다. 오늘(30일) 새벽이 되어서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기업으로서의 한겨레신문의 생존조건!오늘(15일)은 한겨레신문 창간 20주년이다. 이 땅의 모든 민중, 독자 그리고 6만명의 주주들과 함께 진심으로 창간 20주년을 축하한다. 한겨레신문 창간 20주년을 이틀 앞둔 13일에는 한국언론학회(회장 권혁남 전북대 교수)가 ‘한겨레와 한국사회 20년’이란 제목으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었다.한마디로 한겨레신문이란 창문을 통해 한국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차분하게 되돌아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좋은 기회였다. 잘 짜여진 세 명의 언론학 교수의 과거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깊이 있는 발제와 분석 및 전망에 이어 중견 역사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언론학자 그리고 현직 기자 등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해 알찬 토론을
9일 끝난 18대 총선 결과를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박근혜의, 박근혜에 의한, 박근혜를 위한’ 선거였다고 해도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닐 것 같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도 같기 때문에 앞으로 무수한 변화와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현재로서는 이번 총선의 최대의 승리자가 박근혜임에는 틀림이 없다.박근혜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공천 문제점을 거론하며, “저도 속았고 국민도 속았습니다”라는 한마디로 정국을 간단히 정리하더니, 공천에서 탈락한 측근들을 향해서는 “꼭 살아서 돌아오라”는 한마디로 선거판 자체를 자신의 구도로 만들어 버리는 놀라운 저력을 발휘하였다. 그리하여 이번 총선에서 박근혜를 따르거나 지지하는 국회의원 당선자가 무려 58명이나 된다고 한다. 한나라당 공천으로 당선된 32명에다 한나
과거에도 그랬지만, 우리나라 방송사들의 출구조사(exit poll)를 바탕으로 한 총선 결과 예측 보도는 이번에도 크게 빗나갔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방송사들이 그 이유를 몰라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것인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방송사들이 속보 경쟁이라는 강박감 혹은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데에도 한 원인이 있다고 본다.선거 자체가 대표적인 복잡계(複雜系: complex system)다. 근본적으로 예측이 어렵다는 뜻이다. 더구나 전국이 하나의 선거구나 다름없는 대통령 선거와 달리 국회의원 총선은 선거구가 245개나 되고 후보도 1천명이 넘는다. 따라서 각 지역구 당선자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어렵게 되어있다. 빗나간 예측 보도, 언제까지 같은 잘못을 반복할 것인가? 미
4월 9일 18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각 정당이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고 각 언론이 이를 열심히 '중계'하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나라의 장래가 정말 걱정된다. 10년만에 정권을 되찾는데 성공한 한나라당은 원내 과반수 의석 확보가 어려울 것 같다며 엄살 아닌 엄살을 떨고 있다. 대선 참패의 후유증과 패배주의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통합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마저 없어 보인다.'원조보수'를 자처하는 이회창과 자유선진당은 원칙과 현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거나 혹은 원칙을 애써 외면하며 오로지 원내교섭단체 확보가 지상과제인양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친박연대'를 결성한 한
형님은 동부그룹의 창업주인 김준기 회장'돈이면 귀신도 부린다'는 얘기가 있다. 돈이면 안되는 게 없는 세상이다. 세상이 온통 ‘돈 돈 돈’ 타령이다. 그런데 모든 것이 지나치면 탈이 나게 돼있다. 이른바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돈에도 적당히 집착하고, 돈을 적당히 이용해야지, 모든 것을 돈에 의존해 해결하려다 보면 사고가 나게 되어있다.이것을 온 국민에게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이른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의혹 사건이다. 김용철 변호사는 지난 24일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창간 14돌 기념으로 주최한, 이란 제목의 ‘인터뷰 특강’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삼성 이건희 총수 부자(父子)를 둘러싼 비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