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최근 몇 년 전부터 대학 수강 신청 기간이 끝나면 여러 대학에서 깊은 탄식이 터져 나온다. 주로 어문학과 교수들에게서 시작된다. 어문학과 과목을 들으려 하는 학생들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적은 수의 학생들만 신청하기 때문에 폐강되는 과목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공이 결정되는 2학년 때 어문학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이 없거나 소수에 그쳐서 학과 운영이 어려워지는 것을 확인한 교수들의 한숨 소리 역시 이어지고 있다. 수년 전 지방 대학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지금은 수도권 대학에서도 일상적으로
[미디어스=김춘효 칼럼] 대한민국 공영방송 KBS 기자가 2월 초 언론중재위원회에 자사를 상대로 정정 보도를 청구했다. 한국 언론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국민의 방송 KBS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기자는 ‘왜’ 신청서를 낸 것일까? 조정을 신청한 뉴스는 ‘어떤’ 내용이며, ‘어떤’ 쟁점들이 부각됐고, ‘누가’ 관여된 뉴스일까? 먼저,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고, 기자의 주장을 살펴본 다음, 주요 개념들을 도출해 판단의 기준점을 삼고 KBS 관련 기사 내용을 분석해 보자. KBS 보도와 대조·비교하기 위해 5개 신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총선을 44일 앞둔 지금, 더불어민주당 상황은 좋지 않다. 계속되는 공천 논란이 깔끔하게 마무리될 분위기가 아니다.그러나 국민의힘도 안심할 처지는 아니다. 언론은 ‘현역 불패’, ‘무감동’ 등의 어휘로 여당 공천에 대한 불만을 전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는 26일 팔면봉 코너에 “소리가 나지 않는 ‘용각산’ 공천, 변화가 없는 필패 공천?”이라고 썼다. 특히 돈봉투 의혹의 정우택 의원이나 이해충돌 논란의 당사자인 박덕흠 의원의 공천이 확정된 것은 불길한 신호로 보인다.여주 양평의 김선교 전 의원이 비례대표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소설 수업을 하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써 보고 싶어하는 수강생이 많다. 글을 쓴다, 는 행위로 과거에 입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받고 싶어 한다.소설이지만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쓰는 동안 글에 투영된 분노는 수업 시간에도 인물과 거리를 두지 못하고 그대로 나타날 때도 있다. 재산을 담보로 효도를 강요하고 화가 나면 골프채로 물건을 때려 부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며, 그때 경험했던 공포와 두려움이 고스란히 떠올라 불안정하게 목소리가 떨리던 남자는 마지막 수업이 끝날 때까지 분노를 덜어내지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갈등은 점입가경이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이 ‘비명 학살’은 없다고 했지만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분위기다. 21일 비례연합정당 관련 보고를 위해 열린 의원총회는 이재명 대표의 ‘밀실 사천’에 항의하는 성토대회가 되었다. 이재명 대표는 이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의원총회는 의원들이 모여 여는 것이기에 보통 원내대표가 주재한다. 형식논리로 보면 이재명 대표가 반드시 참석할 필요는 없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재명 대표는 당무보고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고 한다. 그런 일도 있을 수는 있다.그러나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관련된 두 개의 파업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첫 번째 파업은 할리우드에서 시작되고 있다. 얼마 전 한겨레신문에 할리우드 창작자 7인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 콘셉트 아티스트 등 영상 제작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들은 “기존 창작자들의 글·그림·사진 등을 마구 학습해 비슷한 이미지를 순식간에 생성하는 인공지능 때문에 급격하게 일자리가 말라붙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들의 분노는 투쟁 직전 상태이며 파업은 물론 생성형 AI 반대 국제 연대 투쟁도 준비 중이라고 했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여야 공천 상황을 보도하는 언론의 시선은 비교적 일관적이다. 국민의힘은 별 잡음 없이 순항 중인데, 더불어민주당은 아수라장의 전조를 연상하게 한다. 한겨레 19일자 기사엔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관계자가 “이런 추세라면 120석도 못 건질 것이다”라고 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어디서 비롯된 차이인가?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에는 여당의 경우에 적용 가능할 거 같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충돌 국면이 ‘매를 먼저 맞는’ 효과를 낳았다는 거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천 우려’를 명분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민주주의 사회에서 통치의 기본은 통치 시스템 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이다. 이게 전제되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물론 현실적 조건이 있기에 이러한 일이 100% 실시간 생중계처럼 이루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소 융통성을 발휘하더라도 통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이 점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가령 최근 논란이 된 대통령의 독일-덴마크 순방 취소는 어떤가?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WEF)이 발간한 연간리포트 ‘글로벌 위험보고서 2024’에는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가짜뉴스’가 올해 세계가 직면할 위험 요인 중 두 번째로 선정되었다. 첫 번째 위험 요인으로 선정된 사회적 양극화의 경우 계속 중요 글로벌 이슈였고 양극화 정도가 심화되고 있어 쉽게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는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대처가 가능하다고 생각되었는데도 중요 위험요인으로 선정되었다. 선정 이유는 올해 전 세계 47개 국에서 선거가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가짜뉴스가 유통되고
[미디어스=노창균 칼럼] 지난해 3월 16일 교육부가 ‘글로컬대학 30′ 사업 추진 방향’을 발표한 이후 '글로컬대학' 사업에 신청한 학교는 108곳이나 되었다. 비수도권 14개 시·도 대학 중 정부 지원 사업을 신청할 수 있는 대학 65.1%가 지원을 했다. 약 3분의 2가 교육부 지원 사업에 신청을 한 것이다. 그만큼 지방대학의 생존이 절실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부는 신청 대학 중 10곳을 선정했다. 10곳 중 4곳은 통합을 전제로 공동 신청을 했고 나머지 6곳은 자체 혁신을 통해 생존 발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대학들이다.
[미디어스=소설가 김은희] 나는 떡만둣국을 좋아한다. 고소한 국물에 졸깃한 떡도 좋지만 여러 가지 재료를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큼직한 만두를 더 좋아했다. 어릴 때 떡만둣국을 먹을 수 있는 날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설날.떡만둣국은 가래떡과 만두만 들어가는 단출한 음식이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기에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떡만둣국을 먹기 위해서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이야 예쁘게 썰어놓은 떡을 떡집에서, 마트에서 사면 되지만 그때는 방앗간에 쌀을 가져가 가래떡을 뽑는 일부터 시작했다.물에 불린 쌀을 이고 지고 방앗간에 가면
[미디어스=고승우 칼럼] 윤석열 정부의 보도전문채널 YTN 사영화 조치는 한국 언론과 민주주의를 짓밟는 폭거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7일 김홍일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는 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신청을 승인했다.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현업단체는 “방통위가 '2인 체제'라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 YTN 매각을 결정한 것은 명백한 불법으로 방통위가 방송 장악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서류만 있는 회사,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는 방송사를 소유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KBS의 대통령과의 특별대담은 예상대로였다. 대통령은 대부분의 정책 현안에 대해 구체성 없는 답변으로 일관했고, KBS 측은 추가 질문을 되도록 자제했다. 고맙게도(?) 시청자가 지루해할 것을 배려한 것인지 대통령실 내부를 보여주거나 해외 정상과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대목이 들어갔다. 편집이 여러 날 걸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많은 관심을 모았던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선 유권자의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답변이 나왔다. 대통령은 당시 관저가 아닌 사저에 거주하던 상황이라 검색대 등을 설치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호모사피엔스만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돼 오던 것들이 하나둘씩 인공지능에게 넘어가고 있다. 낮은 차원의 인간지능에 대해서는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고 추상적 사고, 예술적 심미안과 같은 높은 차원의 영역도 어느 정도는 인공지능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이제 여기에 더해 또 하나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인간의 감정을 분석할 수 있다는 기술이 개발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동안 감정은 지능보다 더 인간적인 요소라고 생각되었다. 특정 감정이 표현되기 위해서는 한 개인이 삶의 시간 동안 고유하게 겪은 경험이 몸과 표정
신문 사설은 특정 사안 또는 쟁점에 대해 독자들의 신념, 행동, 생각 등을 설득하기 위한 공적 담론이다. 언론사는 사설을 통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나 이념을 드러낸다. 소속 언론인들은 독자들에게 언론사의 이념을 전달하기 위해 과장적 표현, 은유, 예시 등과 같은 담화적 설득 전략을 구사한다. 일종의 언론사 설득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신문 사설은 사회 구성원의 의식의 흐름과 행동 양식 등 사회의 의사소통 방식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담론 권력이라 규정할 수 있다. 그래서, '존중받는 노동과 신뢰받는 언론'을 지향하는 노동인권저널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술잔이 식기 전에 돌아오겠다던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언론의 해석은 크게 둘로 갈린다. 첫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공천을 둘러싼 예고된 갈등에서 용산 권력에 결국 밀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간 용산을 대변하는 친윤 인사들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사퇴를 요구해왔는데, ‘찐윤’ 인사들이 서울 강남 또는 영남권 등 편한 자리에 앞다퉈 공천을 신청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결국 ‘윤심공천’이 현실화되는 수순이라는 해석이다.둘째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오히려 공천 주도권을 둘러싼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미디어스 김민하 칼럼] 손준성 검사의 고발사주 관여 의혹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혐의에 유죄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무죄 판단한 것은 고발장이 선거 전에 수사기관에 접수되지 않아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인데, 법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실체적으로는 진실의 얼개가 상당히 드러났다고 본다.이 사건은 어느 검사가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행위를 한 데서 그치는 게 아니다. 당시 검찰 상층부가 정치세력과 언론을 동원해 상상할 수 없는 정치공작에 준하는 일을 벌인
[미디어스=김춘효 칼럼] 한국 신문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북한 관련 보도를 통해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의제로 설정했다. 북 전원 위원회 전·후로 남북한 전쟁 말풍선 놀이를 넘어서더니, 올 1월 5일에는 서해에서 포 사격이 울리고, 1월 15일에는 동해로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름도 기괴한 무기 이름들이 지면을 연일 장식하고 있다. 한반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아니면 무슨 일이 일어나야만 하는 것일까? 신문들의 한반도 위기설 보도는 누가 관여돼 있고, 최종적으로 누가 가장 큰 혜택을 볼까?언론과 국가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언
[미디어스=김홍열 칼럼] 십여 년 전쯤 빅데이터가 한참 유행일 때 빅데이터에 대한 서로 다른 전망이 있었다. 하나는 빅데이터 미래에 대한 과도한 찬사였고 다른 하나는 빅테이터는 결국 테이터의 집합이라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한계론이었다. 한계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례로 든 것 중 하나는 컴퓨터가 개와 고양이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어린아이도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이미지를 컴퓨터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컴퓨터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었다. 이런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데이터의 축적과 데이터에
[미디어스=고승우 칼럼] 자본주의 체제 속의 대중매체는 제4부라고 불릴 정도로 그 역할이 중요하다. 대중매체가 역할을 제대로 할 경우 민주주의를 보호,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지만 그 역기능도 심각하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대중매체가 ‘기레기’ 비판을 받는 이유는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이 국가적 지표로 보면 선진국으로 진입해 사회 여러 분야에서 민주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대중매체가 평균치를 밑도는 것은 큰 문제다. 대중매체가 안고 있는 큰 병폐 중 하나는 출입처인 검찰 등 공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