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의 80%는 각본으로 완성된다. , , 등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받고 미국 영화연구소(AFI)에서 평생공로상까지 수상한 명감독 빌리 와일더의 말이다. 이 말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은 각본만으로 평범한 작품을 넘어 명작의 기준을 80% 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제76회 칸 영화제(2023)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빛나는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일본을 대표하는 각본가 사카모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올해는 힙합 탄생 50주년이다. 연말이니까 50주년을 기념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셈이다. 힙합의 태동은 1973년 여름이라고 합의 돼 있다. 힙합의 아버지라 불리는 DJ 쿨 허크가 어느 파티에서 턴테이블 두 개로 노래의 브레이크 구간을 반복해서 트는 기술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를 선보인 날이다. 이것이 샘플링과 룹을 기반으로 하는 클래식한 힙합 작법의 견본이 되었다. 이렇듯 힙합이 첫울음을 우는 분만실이 된 것은 흥겨운 파티장이었다. 그렇기에 어떤 이들은 이 탄생의 순간을 힙합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영화배우 정우성이 화제다. 정우성은 흥행 가도를 달리는 영화 에 출연했다. 개봉을 맞아 홍보 차 출연한 유튜브 채널에서의 발언이 반향을 불렀다. ‘한국 영화가 어려우니 극장에 와달라는 영화인들의 당부는 염치가 없다’면서 배우들부터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고 현실과 대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말은 영화계에 경종을 울리는 직언처럼 여론의 호평을 샀다. 티켓은 비싸고 영화의 질은 저하되는데 관객의 책임감에 호소하는 것이 무책임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 나아가서 사람들의 소비자 심리가 발현된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 은 폭력적이다. 10.26 박정희 시해 사건을 지나 12.12 군사쿠데타까지 47일 동안 긴박했던 결단들을 탱크처럼 밀어붙인다. 하나회를 통해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 하나회 일당을 막으려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의 대립은 무한궤도처럼 이어진다.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릴 수 없듯 관객들 또한 그들 중 한 사람의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전두광은 전두환이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외모와 말투, 절친 노태우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 잠깐 등장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여성 캐릭터 엔젤릭 버스터가 ‘집게손가락’ 포즈를 취했다고 논란이 된 사건의 전모는 잘 알려진 상태다. 넥슨은 ‘남성 혐오’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래픽을 제작한 하청업체는 사과문을 냈다. 그림을 그렸다고 알려진 여성 애니메이터가 개인 SNS에서 했던 발언이 유포되면서 사안은 ‘페미’ 애니메이터의 ‘남혐’ 행각이라 규정되었지만,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저 집게손 그림을 그린 건 해당 애니메이터가 아니라 40대 남성이었다고 한다.이 논란에 관해선 많은 비판과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국가대표 축구 선수 황의조는 성관계 영상 불법촬영 혐의로 피의자가 됐다. 하지만 21일 월드컵 지역예선 중국전에서 교체선수로 출장했다. 대표팀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는 우리 팀의 일원"라고 말했다. “사생활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아직 사실이 확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뛸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축구협회 역시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언론에 전했다. 영상 유출 피해자가 선임한 이은의 변호사는 축구협회와 클린스만 감독을 비판하며 국가 대표팀 선수의 자격과 지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우리가 사랑한 MCU의 슈퍼히어로들에게는 떠오르는 키워드가 하나씩 있다. 대표적으로 캡틴아메리카는 자신의 힘으로 쉴드를 해제시키면서도 자유를 지켰고, 군수산업체를 운영했던 아이언맨은 모든 과거를 책임지고 우주를 구했다. 철없던 왕자 토르는 결국 숭고한 희생을 거치며 진정한 번개의 신으로 각성했다. 기존의 영웅들이 퇴장하고 새로운 페이즈의 중심인물로 활약할 캡틴 마블의 키워드는 ‘정체성’이 아닐까.의 전작인 에 대해 이동진 평론가는 이에 대해 ‘허락된 힘이 아니라 자각된 힘’이라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 시즌2에 참가했던 일본 댄스크루 츠바킬이 메가크루 퍼포먼스 비디오를 공개했다. 츠바킬은 멤버 개개인의 뛰어난 댄스 실력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인기를 얻었지만 지난 9월 방송 4회 차에서 처음으로 탈락하는 팀이 되었다. 시청자들은 아쉬워했고, 츠바킬 역시 각자의 소셜 미디어 계정을 통해 미진한 기분을 피력했었다. 메가크루 퍼포먼스는 츠바킬이 데스매치 미션에서 생존했다면 다음 미션으로 수행했을 과제다. 해당 비디오는 츠바킬 멤버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팬들의 애정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얼마 전 보이그룹에 관한 흥미로운 대화가 있었다. 보이그룹 ‘갓세븐’ 출신 뱀뱀의 유튜브 채널에 보이그룹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의 연준이 출연했다. 연준은 보이그룹은 걸그룹에 비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고, 뱀뱀은 그룹으로 활동하던 시절 비슷한 생각을 했다며 동의했다. 누구나 수긍할 만한 얘기이고, 보이그룹에 관한 일반적 인식이다. 보이그룹은 대중성이 약하고 걸그룹은 대중성이 강하다, 다르게는 보이그룹은 대중성이 약한 대신 팬덤이 강하고 걸그룹은 대중성이 강한 대신 팬덤이 약하다.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의 배경은 20세기 초 미국. 오세이지 부족 원주민들의 땅에서 석유가 발굴된다. 미국 정부의 이주 정책으로 본인이 살던 땅을 빼앗기고 오클라호마로 쫓겨왔던 오세이지 부족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GDP를 기록할 정도도 막대한 부를 거머쥔다. 오세이지 부족의 석유를 시추하기 위해 여러 기업이 달려들고, 일자리를 찾으려는 백인들도 전국에서 기차를 타고 모여든다.은 위화감으로 시작된다. 엄청난 부를 가진 오세이지 부족은 멋진 옷을 빼입고 골프를 치고 자가용 비행기로 경주를 하고 백화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 시즌2가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이번 시즌 를 정리해 본다면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이 사실이다. 시청률은 방송 중반 이후 하락했지만 마지막 방송에선 반등해서 2.4%를 기록했다. 유튜브 영상 조회수는 역대 시즌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는데 해외 팀이 참가한 글로벌 시즌의 개가다. 방송과 미션 영상을 보는 시청자층의 외연이라는 측면에선 결실을 거두었지만, 시청률 자체가 시즌1에 비해 높지가 않고 코어 시청자층 확보는 부족했던 것 같다. 파이널 방송 총 문자 투표수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영문학자 조너선 갓셜은 한국에서 올해 초 발간된 『이야기를 횡단하는 호모 픽투스의 모험』에서 이야기에 관한 시급한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다. 조너선 갓셜은 이야기가 사람을 구슬리는 힘이 얼마나 센지, 그것이 인류사를 관통해 얼마나 뿌리 깊게 작동해 왔는지 고한다. 그가 말하는 이야기는 이야기의 형식으로 설파되는 관념과 주장들, 이를테면 사회적 서사 혹은 현실의 서사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타인을 설득하고 공론에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은 우리 시대의 고전이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하고, 세대를 아우르는 보편성을 획득했고, 문화산업과 사회상에 기념비를 세웠다. 게다가 과 달리 은 이름을 아는 사람 대부분이 직접 읽어봤다. 한 통계에 따르면 지금껏 출판된 코믹스의 판매 부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발행된 도서 열 손가락 안에 든다. 이제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인류가 들이키는 공기이자 문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가 됐다. 소위 하위문화의 입지를 이토록 도약시킨 장본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한 인터뷰에서 배우 송중기는 의 시나리오를 읽고 생긴 선입견을 고백했다. 감독이 정말 힘든 학창 시절을 보낸 거 같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감독을 만나 자전적 이야기가 아닌 것을 알고 안심했다고 한다. 2015년 , 이후 8년 만에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대된 김창훈 감독의 은 시나리오만으로도 동정심을 끌어낼 만큼 어둡고 답답한 세계를 그렸다.(*이하 영화 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18세의 고등학생 연규(홍사빈)는 새아버지의 딸인 여동생 하얀이 동급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발발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한 후 이스라엘 정부는 선전포고를 했고 현재 사상자는 1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생각하고 싶은 건 두 소식을 대하는 국내 커뮤니티의 어떤 반응이다. 여론은 기존의 여론 지형도를 따라 양 극단으로 갈린 상태다. 이들이 보이는 태도와 충돌은 익숙한 것이고 이 사회 현실의 일부를 알려준다.공론장에 투하된 건 ‘참수’라는 키워드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대변인은 이스라엘 피해 지역에서 참수된 영유아들의 시신이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은 몰락하고 있다. 변명할 수 없는 객관적 지표, 수치가 말해준다. 엠넷의 대표 방송이자 역대 최장 기간 방영된 시리즈는 작년 열한 번째 시즌을 마지막으로 연간 편성표에서 사라졌다. 11의 최고 시청률은 고작 1.2%였고 5화를 지나며 0%대로 주저앉았다. 10년 넘게 장수한 간판 방송의 대미는 망신과 망조였다. 이뿐이라면 글을 쓰지도 않았다. 엠넷을 먹여 살린 주력 라인업이자 케이팝을 대표하는 방송사라는 허명을 안겨 준 아이돌 오디션 방송도 줄줄이 쪽박을 찼다. 2020년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김열 감독(송강호)은 최근 촬영을 마친 신작 ‘거미집’에 대한 생생한 꿈을 반복해서 꾸고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딱 이틀 간의 추가촬영이면 된다는 그는 제작자 백 회장(장영남)을 찾아가고 신성필림의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의 도움으로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을 불러 모아 촬영을 시작한다.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는 김열의 주장을 곰곰이 생각해 보자. 상업영화의 기본적인 상영시간이 있는데, 고작 이틀의 추가촬영으로 이를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앞으로 한국에서 추석, 아니 명절은 유명무실해진다. 그렇게 가게 되어있다. 나 혼자만의 생각도 아니고 많은 이가 직감하는 이야기다. 뉴스에선 달라진 명절 풍경을 전한다.젊은 세대는 추석을 지내러 고향에 가는 대신 혼자 지내는 ‘혼추족’이 늘고 있으며 여행 가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채널A 뉴스에서 인용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50대 응답자 중 30%가 추석 연휴에 “집에서 쉬겠다”라고 답했다. 명절이면 쏟아지는 친척들 잔소리와 숨 막히는 귀성길을 피하고 싶은 심리도 있다고 한다. 명절에 모이더라도 차례를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엠넷이 방송을 개발하고 수명을 이어가는 수법은 아직 방송 스테이지가 설치되지 않은 분야, 비주류 문화를 찾고 오디션 방송의 포맷에 집어넣거나 기존 오디션 방송의 외연을 확장하며 새로운 시청자를 포섭하는 것이다. 를 통해 힙합 신이 상업문화 중심부에 들어왔고 다음 차례는 댄스 신이었다. 이 과정은 선정적인 경연 방식과 문화의 왜곡, 대기업에 종속된 방식의 상업화 등 많은 질병을 초래했지만, 문화를 살찌운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방송계 구석 자리에 있던 문화를 많은 사람 앞에 전시하고 단편적인
[미디어스=고브릭 실눈뜨기]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유재선 감독의 데뷔작 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평가다. 유 감독이 의 연출부 출신이라는 인연도 있었겠지만 ‘봉 감독의 10년’이라는 무게감은 단순한 친분만으로 나올 수 없는 호평이다. 은 50억 원의 넉넉지 않은 제작비로도 94분이라는 시간을 알뜰하게 채울 수 있음을 오랜만에 증명한 한국 영화다.첫딸 출산을 앞둔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 조연으로 얼굴을 비치는 현수를 뒷바라지하는 워킹맘이지만 수진은 행복하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