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의 몸은 추위로 멍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카이의 심장은 눈의 여왕의 입맞춤으로 차가운 얼음이 되어있었으니까. 카이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맞추어 단어를 만드는 퍼즐 놀이를 했다. 그의 놀이는 ‘차가운 이성’이었다.카이는 얼음 퍼즐로 무수한 글자를 만들었지만, 아무리 해도 완성시킬 수 없는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영원’이라는 글자였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눈의 여왕’ 중에서 헤어졌던 순간은 그저 눈뜨면 사라지는 긴 밤일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날에 최택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그녀에게로 돌진했다. ‘그럼 지금은?’ ‘어색하겠지.’ 서로를 완전히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6년의 세월을 지배했을 덕선의 대답은 ‘그런데....’라
사랑하고 싶지만 마음뿐인걸,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성덕선은 스스로를 개똥벌레라 생각하는 아이입니다. 노을이와 보라라는 예쁜 이름 사이에 끼어있던 다소 투박한 ‘덕선’이라는 어감부터가 그녀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난, 사랑 받을 자격이 없나봐.비하와 자학은 성덕선 아이덴티티의 7할이지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사랑스러운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택은 이런 성덕선의 결핍과 아픔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개똥벌레 그 자체로 그녀를 사랑합니다. 성덕선이 여성성이 없어도 또 어쩌다 잔뜩 여자아이 같아져도, 그의 지갑을 뺏고 요플레를 갈취하고 바바리맨 앞에서 호기를 부렸다 결국 무너져 울음을 터뜨려도 그 모든 긍정과 결핍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죠.최택은 기원
의 최택은 떠오르는 단어가 많은 인물이다. 바둑. 천재. 이창호. 우유. 담배. 양면성. 아름다움. 소년과 어른. 양지에서는 아이의 얼굴로 우유를 마시다가 불룩한 담뱃갑을 뒷주머니에 찔러 넣고 밤거리를 걷는 소년어른.서글프게도 택의 흡연 사실이 덕선을 자극했던 건, 그가 남자임을 새삼스레 인식했다거나 하는 이성적 끌림이 아닌 골목길 만년 막내의 어른 생활을 목격한 누나의 상실감에 불과할 것이다. 아이 취급에도 성내지 않고 꿀꺽꿀꺽 우유를 마셔줬던 택이다. 모성 본능을 일깨우는 택은 덕선은 물론 골목길 아이들의 공통 ‘아픈 손가락’일 만큼 돌보아주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친구였지만, 실상은 또래들 중 가장 먼저 어른 세상에 뛰어 들어간 촉망 받는 커리어의 사회인 아
"나 덕선이 좋아해. 친구가 아니라 여자로 좋아." 택의 공개 고백. 정환의 동공 지진. 버라이어티 한쪽은 분명 전자였지만,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주시할 것을 부탁한 장면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정환의 침묵이었습니다. 문득 겹쳐진 것은 의 그림자 연출. 칠봉의 키스보다 키스 받는 나정을 지켜보는 쓰레기의 침묵이 더 카타르시스였던. 이미 한도를 초과한 치사량으로 대부분이 정신을 잃은 밤. 심지어 나정이조차 키스 당하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그 순간에, 취하지 않은 사람은 칠봉이 하나뿐인 것만 같았죠. 취중진담을 넘어선 술김의 키스는 지금 칠봉이에게 가장 뜨거운 사람이 누구인가를 증명하는 것과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진정한 카타르시스는 이게 전부
“오빠 니는 내가 참 편하고 좋제. 내는 오빠 한 개도 안 편하다.” ('응답하라 1994' 나정의 대사 중에서)선우의 골목길 그녀는 역시나 보라였다. 골목길 아이들이 넷이었을 때 언제부턴가 선우는 둘에 설렜으리라. 보라누나를 만나러 가기 위해 덕선의 사전을 구걸하고 화이트와 샤프심을 빌려갔다. 그가 덕선을 친구 이상의 호의로 대했던 것 역시 ‘부인이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는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애꿎게도 그 얄궂은 호의 때문에 착각에서 비롯된 가련한 사랑의 희생양을 양산하게 되었지만."너 말고 니 언니." 아, 돌이켜보니 덕선이 조금 귀엽다는 그의 대답 또한 로맨스는 모조리 덕선에 겹친 보라누나를 향한 것이요, 나머지 십분의 일의 호의는 미래의 처제를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응답 시리즈와 달리 여러모로 변수가 많아 흥미진진하다. 가장 큰 변수는 여주인공에게, 최초의 살아남은 손위 형제가 존재한다는 것. 때문에 그녀의 결핍은 도리어 상실이 아닌 풍요에서 비롯되었다.순하디 순한 덕선을 폭발시킨 스트레스가 바로 가족이다. 대외적으로 완벽한 커리어를 갖췄대도 덕선에게는 그저 폭군일 뿐인 나쁜 언니. 그럼에도 서울대생이라는 타이틀에 촉망받는 엘리트로 평가되는 성보라의 가치.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부모님의 편애. 또한 당시 시대상에 발맞추어 울타리 건너 모두가 내 가족이요 이웃인 덕선에게, 더 이상 차고 넘치는 가족애가 필요치는 않았으리라. 그래서 그녀는 유사 가족의 유대감이 아닌 왕자님의 구원을 찾는다. 유사 가족이 사랑으로 발전했던
응답하라 시리즈의 빠뜨릴 수 없는 퍼레이드 중 하나 '그가 당신에게 반하는 순간'이다. 그가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 계기,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 순간을 굉장히 설득력 있게 그려내는데, 때문에 그 반하는 순간들은 남녀 주인공의 결합이 아니었음에도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의 명장면으로 자리매김하곤 했다.반하게 만든 대상이 A군, 반해버린 상대가 B였을 때. A에게는 최상의 판타지를 제공하여 '저렇게 멋지니까 반할 수밖에 없었겠구나'라는 설득력을. 폭풍처럼 몰아칠 첫사랑의 징후에 패닉한 B의 어리바리한 표정으로 시청자 또한 그 순간 B가 되는 짜릿한 감정이입을 선사한다. 이때, 말을 잃은 B의 터질 듯한 심장을 변호하는 SOS가 바로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다-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일단 고경표(선우)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엄친아이기에 응답하라 시리즈의 전형적인 남주인공이 되지 못한다.여동생이 너무 귀여워 그냥 지나가지 못하는 다정한 오빠. 생선 가시처럼 계란 껍질을 발라내야 하는 엄마의 요리를 꾸역꾸역 먹고 들어가는 최고의 아들. 학생회장에 당연히 노력한 만큼 공부도 잘한다. 심지어 하나라서, 고를 필요 없이 그저 주인공인 혜리(덕선)의 첫사랑인 것 같은 연출마저 부여받는다. 그래서 그는 남주인공이 아닐 것이다. 너무나 의외성이 없는 멋짐을 가졌으니까. 그에 반해 류준열(정환)은 '그럴 줄 몰랐는데'가 마치 아이덴티티 같은 인물이다. 불성실함에도 전교회장과 1,2등을 다투는 천재성에 비사교적인 듯하면서 슬그머니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으며 딱히 트러블 없이
백주부 신드롬에 이어 김영만 아저씨 대란을 이어가는 승리의 마리텔(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영만 아저씨의 방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반짝반짝 빛나는 신세경. 아역 배우 시절 아저씨와 함께 종이접기 코너를 진행했던 그녀는 마치 우리처럼, 15년 만에 아저씨와 재회했다.충무로와 스크린을 오가는 여배우가 스스럼없이 커뮤니티 동영상 서비스에 출연한 놀라운 이력만큼이나 세경 씨는 각별한 의상을 입고 나타났다. 이날의 세경 씨는 마치 백설공주처럼 빨간 원피스에 빨간색 왕 리본을 붙였다. 소박한 하얀색 티에 꿰어 입은 붉은 치마라 도리어 그 컬러가 소박해보일 지경이었다. 다소 친근하리만큼 수수한 이 의상 선택엔 친절한 세경 씨의 남다른 배려가 숨어 있었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그녀가 나타
타인의 비전을 선입견으로 단죄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만큼은 그녀를 향한 선입견이 도리어 대중의 체면을 지켜준 셈이었다. 세계 미녀 2위 클래스의 클라라가 늙수그레한 소속사 회장님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호소할 때 일부의 대중은 망설였다. 그녀의 주장이 사실일까? 라는 의문이 도사렸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클라라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로 해야 옳겠다. 이미 몇 번의 거짓말 파문과 대중을 쥐락펴락했던 언론플레이 기질에 클라라를 바라보는 대중은 제페토 할아버지가 되어있었으니까.15일, 한 여배우로부터의 SOS가 전달됐다. 본인의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는 그녀는 “회장의 언행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고 매니저를 일방적으로 해고했
기대와 염려를 동반한 ‘나는 가수다’ 새 시즌의 라인업이 속속들이 공개되어 네티즌의 실망 섞인 야유를 받고 있다. 시즌제로 첫 선을 보이는 ‘나는 가수다3’는 총 13회로 마무리된다고 한다. 한편 진행자는 거론됐던 이소라가 아닌, 시즌1에서 전설적인 라이브 실력으로 감동을 선사한 박정현이 경연자와 동시에 겸임하게 됐다. 나는 가수다에 갖는 기대치의 팔 할은 ‘과연 어떤 보컬리스트가 참가하게 되느냐?’일 것이다. 시청자의 자긍심이 하늘을 찔렀던 시즌1은 우리나라의 모든 가수에게 나가수급인가 아닌가의등급제를 도입하는 촌극을 만들기도 했다. 임재범, 이소라, 박정현, 김범수, 김연우와 같은 전설의 라인업에 동참할 수 있느냐의 여부가 하나의 자격증이자 KS 마크처럼 생각되던 시절도 있었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만큼 만들고 매일 다양한 종류를 랜덤으로 바꿔서 내놓아요. 아무거나 대충 싸게 드시고 싶으신 분들은 다른 곳으로 가세요. 아무렇게나 만든 아무거나가 없거든요 ^^’화제의 그녀, 조민아의 블로그가 결국 문을 닫았다. 위생, 가격, 임금으로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답하다 못해 끝내는 소통의 창구를 폐쇄한 것이다. ‘밖에서 드셨던 거 첨가물 전혀 없이 모든 재료가 유기농에 국산이셨을까?’ ‘하겐다즈 녹차 아이스크림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여기 붙으셔요~~~~ 그건 몸에 안 좋지만 이건 몸에도 좋은데 심지어 더 맛있어욥 !!!! *^^*’ 자아도취와 오만. 걸그룹 주얼리의 멤버에서 ‘우주여신 조민아 베이커리’의 파티시에로, 자랑과 자만으로 넘쳐났던 그녀의 블로그는 흔
2009년 KBS 시사기획 ‘쌈’은 김을동 국회의원의 특혜 의혹을 추문했다. 그녀가, 배우 신분인 아들 송일국의 매니저와 운전기사를 자신의 보좌진으로 등록해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해당 임금을 지불했다는 것이다. 벌써 6년이나 된 해묵은 사건이 최초 유포 이후보다 더 화제가 된 까닭은 김을동 모자에게 하사된 새 수식어 때문이다. ‘삼둥이 아빠’라는. 국회의원 김을동, 배우 김을동 혹은 배우 송일국보다 더 존재감이 큰 그 이름. 때문에 새삼스레 불거진 2009년의 의혹은 삼둥이 아버지의 존재감 때문에 느닷없이 불 지펴졌음에도 너그럽게 잠잠했었다. 아니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싶어 했다는 것이 더 옳겠다. 더할 나위 사랑스러운 삼둥이의 아버지에게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남겨주고 싶지 않아했던 네티즌
부엉이 분장을 한 몇 명의 개그맨들이 등장한다. 등산객으로 분한 개그맨 장유환은 산등성이에서 부엉이의 길 안내를 받다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부엉이는 갸웃하며 일축한다. “쟤는 날지 못하나 봐.”라고. 11일 방영된 개그콘서트의 신작 ‘부엉이’의 한 장면이다. 계산대로라면 부엉이의 대사 이후 웃음이 터져야겠지만 객석은 찬 공기만 감돌았다. 관객의 대부분은 고꾸라진 등산객이 남기고 떠난 비명 소리에만 집중하는 듯했다. 네티즌의 반응은 보다 소란스러웠다. 부엉이와 추락사. 쉽사리 엮이지 않을 두 가지 키워드가 묶이니 부정할 수 없는 설득력을 갖게 된 것이다. 11일 방영된 개그콘서트의 부엉이는 결코 무관하지 않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게끔 만들어 놓았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클라라만큼이나 출신 성분이 불확실한 연예인은 없을 것이다. 당신은 지금 당장 클라라의 직업을 명명할 수 있는가. 탤런트나 영화배우라기엔 필모그래피가 얕고, 가수라 주장하면 코웃음이 나온다.리포터나 DJ도 아니고 통칭해서 예능인이라기엔 딱히 기억에 남는 폭소의 순간도 없었다. 홍서범이나 임창정의 뒤를 잇는 종합 예술인이라 부를까. 그러기엔, 미안한 말이지만 끼와 재능이 턱없이 부족해 뵌다. 그러니 막연하게, 방송인이라 말하고는 있지만 사실 기억에 남는 클라라의 순간은 TV 화면 속이 아닌 뉴스 사진의 헐벗은 모습뿐이니.클라라의 신곡 ‘귀요미송2’가 네티즌의 화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래 따윈 아예 관심도 없고 데뷔 무대에 등장한 클라라의 충격적인 무대 의상이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매끈한 얼굴과 매력적인 연기력, 무수한 히트작을 보유하고 있는 배우 권상우. 이보다 더 예쁘게 우는 남자는 못 봤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름다운 멜로 연기를 선보이지만 입에서 쏟아지는 말들은 그리 말랑하지 못해 숱한 질타를 받아왔던 그였습니다.소위 권상우 망언 리스트라고 불리는 그의 불편했던 발언을 꼽아보자면 셀 수도 없지만 유독 네티즌의 눈에 밟혔던 한마디가 바로 ‘저희 나라’ 문제였죠. 인터뷰에서 ‘저희 나라’라는 부적절한 말실수를 통해 그의 그간 발언들이 리스트로 묶여 화제가 됐을 만큼 당시 이 문제는 꽤 심각한 입방정으로 남았었습니다.‘나라와 민족은 낮추어 말할 대상이 아니기에’ 우리의 낮춤말인 ‘저희’라는 명사를 사용해선 안 되는 것입니다. 이 실수가 어찌나 큰 문제였던지 한참이나 시
방송인 김구라와 가장 김구라. 그 놀라운 차이는 이미 적잖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비밀이다. 그것은 때론 독설가 김구라의 인간됨을 증명하는 증거가 되기도 하지만 워낙에 툴툴대는 캐릭터 탓에 잊어버렸다 새삼 놀라게 되는 인간 김구라의 신기한 면면이었다.가정에서의 김구라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아빠 – 사무치는 자식 사랑에 뜻밖에 꽤 트인 교육관까지 갖고 있는 –에 애절한 애처가라는 진실은 그 자신이 입 밖에 내어 자랑하진 않아도 이따금 드러내곤 하는 아내와 자식, 그 가족관에 얽힌 철학에 비추어 인식되곤 했었다. 언젠가 tvN의 토크쇼 ‘택시’에서 박준형, 김지혜 개그맨 부부와 대화를 나누었을 때였다. 오랜 시집살이와 융통성 없이 꽉 막힌 가부장의 극치인 남편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연말이면 각종 시상식에서 그해를 기리는 공로자를 발표하고,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수상자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영화제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야유 또한 잇따른 패턴이었다. 대종상에 이어 2014년 청룡상에 이르기까지 고개를 끄덕일 만한 결과보다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결과 발표는 역시 영화제란 한자리에서 보기 어려운 미남, 미녀 스타를 감상하는 곳 이상도 이하도 아닌 가치라 평가 절하하게 됐으나, 무대 위로 호명된 그녀의 이름 앞에 올해는 이것으로 되었구나 싶었다. 그녀가 바로 제35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천우희다.반에서 좀 각별했던 애도 기를 못 편다는, 날고 기는 가인들만 불러들인 영화계에서 무수히 쏟아지는 한 해에도 수천의 영화인 중에 ‘최고 중의 최고’라는 평을 받게 된 여우주연상의 결과물
청천벽력 같은 연예계 사고가 화제가 됐다. 건강과 활력의 고유명사 이미지였던 방송인 김구라가 건강 이상으로 입원하게 됐다는 변고였다. 이날 김구라의 고정 프로그램인 ‘세바퀴’는 주인 없이 남은 멤버로 진행해야 했다. 그 좋아하는 일도 마다하게 한 김구라의 병명은 다름 아닌 ‘공황장애’였다.공황장애는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갑작스레 찾아드는 극심한 불안증을 동반한다. 불식간에 찾아드는 불안함이 공포에 맞먹는 이 증상을 경험한 이들에게 그것은 죽음의 공포와 가까운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고통스러운 증상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공황장애는 단순히 마음의 불안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육체의 상해마저 동반한다. 심장 박동은 터질 것 같이 뛰고 제대로 호흡조차 하지 못해 생사를 오고가는 극단적 패닉에 이르는 것이다.
‘며칠 전까지 너무나도 행복했던 우리 가족이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울고 말았습니다. 지금 저는…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행에 불행이 겹쳐지는 것보다 더 힘든 건 행복에게 버림당해 불행으로 잠식당하는 순간일 것이다. 드라마 불모지에 이어 예능 불모지이기도 했던 2014년에 예능 꿈나무의 신성으로 떠올라 국내 톱스타 이상의 사랑과 부를 누렸던 터키인 에네스 카야.애칭이었던 ‘터키 유생’ ‘터키 출신의 선비’가 그의 언행불일치를 비아냥대는 용도로 밖에 쓰이지 않는 이 시점에, 에네스 카야를 꾸짖으면서도 피해자의 항의를 ‘오해’라 정정하고 급기야 남편을 용서하기로 한 아내의 호소문은 불편하면서도 서글펐다. 적어도 ‘며칠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