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지금 케이팝 신에는 ‘5세대’라는 호명이 떠돌고 있다. 포털 뉴스 창에선 최근 데뷔해 함께 활동 중인 신인 걸그룹, 하이브의 아일릿과 YG의 베이비 몬스터를 5세대 걸그룹이라 부르는 기사가 흘러넘친다. 역대 아이돌 그룹을 세대로 나누는 건 케이팝 신의 오래된 문화다. 케이팝 첫 세대로 꼽히는 H.O.T·핑클 등이 1세대고, 현재 활동하는 아이돌은 4세대라고 불리는 식이다. 장르 신 내부에서 기원을 찾고 계보를 그려 보는 것이 팬덤의 유희행위와 공식적 담론처럼 소비된다.나는 아이돌을 세대로 나누는 걸 선호하지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푸바오가 중국으로 갔다. 그리고 논란이 생겼다. 푸바오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푸바오 열풍’이라고까지 불리며 인기 배경이 분석에 오를 정도였다. 푸바오가 떠나는 날, 배웅을 위해 에버랜드에 찾아간 푸바오 팬들이 울음을 쏟는 영상이 퍼졌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이 떠난다고 단체로 오열하는 건 과잉 반응이며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편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인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는 반론도 나왔다.푸바오 팬덤은 주로 여초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걸로 보인다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영화 는 오프닝부터 기강을 세게 잡는다. 흔들림 없는 트래킹숏은 천천히 숲과 나무들을 지난다.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것 같기도 하고, 숲이 나를 지그시 내려다보는 것 같기도 하다. 뒷부분에 숲을 걷고 있는 하나의 숏이 붙지만 이 시선의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관한 명확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미끄러지듯 숲에 빠져든 뒤 시작하는 의 이야기 구조는 익숙하다. 순진한 마을 사람이 신비로운 산에서 어떤 일을 겪는다. 우화라기보다 차라리 전래동화에 가깝다.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요즘 케이팝 업계의 트렌드는 보이그룹이 ‘대중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원래 보이그룹은 팬덤만 알고 팬덤이 아니면 모르는 존재다. 대중성 마케팅이 아니라 팬덤 마케팅에 특화돼 있다. 이제는 케이팝에서 가장 큰 팬덤을 가진 그룹 중 하나인 세븐틴은 물론 라이즈, 투어스 같은 신인 그룹 등 다수의 보이그룹이 그 공식에서 벗어나려 한다.이들의 대중화 전략은 두 가지 방향으로 수행된다. 음악과 미디어 출연이다. 소위 ‘이지 리스닝’ 계열의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는 걸그룹뿐 아니라 보이그룹 신에서도 대세가 됐다.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의 도입부에서, 화림과 봉길을 차에 태워 가는 의뢰인 박지용의 회계사는 박지용 가족을 이렇게 형용한다. 태어날 때부터 부자인 사람들, 그러니까 “밑도 끝도 없는 부자”. 차후 박지용 가족이 친일파 후손임이 밝혀지는 극 중 사실에 비추면 저 말은 의뢰인의 출신에 관한 궁금증을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해석될 수 있다.한편, 태어날 때부터 부자란 표현은 부의 대물림이 마치 유전적 형질의 계승처럼 자연화된 현상으로 여겨지는 이데올로기에 부합한다. 어떠한 사회경제적 원인과 결과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밑도 끝도 없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임신한 채 다리에서 투신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는 천재적인 과학자 고드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되살아난다. 어른의 몸과 아이의 뇌를 가진 벨라는 고드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지만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이끌린다. 그런 벨라를 사랑하는 의사 맥스(라마 유세프)와 약혼을 하지만 뛰어난 외모의 벨라에게 반한 바람둥이 변호사 던컨(마크 러팔로)를 만나게 되고 세계여행을 시작하며 놀라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 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상,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2010년대 이후 사회에 새롭게 정착한 단어를 꼽자면 '팩트'가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팩트(Fact)는 신조어가 아니다. 사실을 뜻하는 영어 단어지만, 언젠가부터 인터넷에선 한국말을 놔두고 굳이 팩트란 말을 쓰는 경향이 우세해졌다. '팩트체크'는 공론장에서 관용어가 됐다. '팩트 폭력', 줄여서 ‘팩폭’ 같은 말이 파생되며 유행어가 된 것도 물론이다.팩트의 용례에서 주목할 점은 팩트의 반대말이 ‘선동’이나 ‘날조’로 통한다는 점이다. ‘선날승’ (“비겁하게 팩트 가져오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선동과 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영국 언론 BBC가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의 열애설에 관해 기사를 발행했다. ‘케이팝 스타 카리나 연애 공개 후 사과하다’(K-pop star Karina apologises after relationship goes public)이다. 아이돌이 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사과를 하는, 케이팝 산업의 반인권적이고 억압적인 속성을 꼬집었다. 틀린 지적이 아니다. 케이팝은 팬덤 세일즈에 매출을 의존하는 산업이며, 그 팬덤은 아이돌을 향한 애착감정 및 관계성의 환상과 집착을 통해 구성된다. 케이팝은 원래 그런 산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의 핵심은 아라키스 행성의 광활한 풍경과 구조물을 익스트림롱숏(ELS, Extreme Long Shot)으로 포착해 캐릭터들을 한없이 작아 보이게 가두는 연출이다. 커다란 우주선에서 내리는 베네 게세리트의 느릿느릿한 발걸음, 크게는 2km에 육박한다는 모래벌레 샤이 훌루드의 위용과 한 입에 삼켜지는 스파이스 채굴기의 대비, 광대한 사막에 버려진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와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페르구손)의 미미한 존재감, 셀 수 없는 프레멘 사이를 뚫고 가는 폴의 움직임까지 ELS은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케이팝의 뜨거운 감자는 음악방송 앵콜 무대 라이브다. 아이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1위 트로피를 수상하는 자리가 왜 논란에 오르는 걸까. 이어지는 앵콜 무대를 통해 가창력이 시험에 들기 때문이다.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놀림거리가 되고 영상이 퍼져나가 ‘흑역사’로 남는다. 그런 사례가 이미 여럿 기록돼 있다. 앵콜 무대는 케이팝 가수들의 가창력을 평가하는 공식적 이벤트로 정착해 버린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심사위원이 돼 합격인지 낙제인지 '패스 앤 패일' 증명서를 발급한다. 이번 주에는 르세라핌이란 그룹이 낙제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개봉 나흘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한 의 1차 예고편 조회수는 207만 회다(2월 26일 기준). 최근 개봉작 중 최상위권에 위치한 조회수다. 이만하면 씨네21이 조사한 영상산업 리더 67인이 선정한 2024년 최고 기대작 3위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킨 듯하다. 예고편은 최민식의 대사로 시작한다. “여기 전부 다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영화 속 등장인물들에 하는 말이지만 동시에 관객에게 던지는 초대장이다.신앙 유무와 관련 없이 풍수지리에 바탕으로 한 장례문화는 대한민국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내달 3월 25일엔 하이브 새 걸그룹 아일릿이 데뷔한다. 아일릿은 하이브와 JTBC가 제작한 오디션 방송 ‘알유넥스트’를 통해 데뷔조가 가려졌다. 하이브가 선보인 르세라핌, 뉴진스의 뒤를 잇는 그룹으로서 “하이브 막내딸”이란 별명으로도 불리고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관계도를 그려보면 아일릿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이다. 역시 오디션 방송을 통해 데뷔한 엔하이픈과 한솥밥을 먹는 ‘남매 그룹’이라고 봐야 한다.아일릿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형 기획사의 새 그룹을 보며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다. 신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난파된 클린스만 호의 잔해가 불타오르고 있다. 이번 주 영국 언론 ‘The Sun’의 보도로 부상한 축구 대표팀 손흥민과 이강인의 다툼 설은 국내 언론들의 후속 보도로 기정사실화되었다. 급기야 ‘디스패치’는 이강인이 손흥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는 다소 충격적인 얘기를 전했다. 소문의 진위는 아직 다 가려지지 않았고, 이강인 측은 이 보도를 반박하는 입장을 냈다. 불화설의 세세한 진위를 따지는 것보다는 이 소식이 아시안컵 실패 이후 대표팀에 대한 여론 위에 얹히고 있는 맥락을 살피는 것이 생산적일 것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걸그룹 (여자)아이들의 컴백은 여러모로 기념비적이다. 아이들은 지난달 29일 두 번째 정규 앨범 ‘2’를 발표했다. 앨범의 면모는 파격적이고 웅장하다. 선 공개곡 ‘Wife’는 가사에 담긴 성애적 표현이 화제와 논란이 됐다. 타이틀 곡 ‘Super Lady’의 MV는 초거대 스테이지를 무대로 백여 명에 이르는 댄서가 동원됐는데, 지난 타이틀곡들의 네 배가 넘는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한다.아이들은 데뷔 칠 년 차를 맞았다. 일반적인 아이돌 계약 기간을 채운 숫자다. 이 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에서 그에 걸맞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독일인 작가 산드라(산드라 휠러)와 프랑스인 대학교수 사뮈엘(사뮈엘 테이스). 두 사람은 아들 다니엘(밀로 디차도 그리너), 강아지 스눕과 함께 프랑스 산간 지방의 외딴곳에 살고 있다. 어느 날 산드라를 인터뷰하러 문학 전공생이 찾아오는데 사뮈엘이 음악을 큰 소리로 틀어댄다. 결국 인터뷰는 중단되고 산드라와 사뮈엘은 갈등을 빚는다. 그리고 다니엘이 잠깐 산책을 나간 사이 사뮈엘이 죽은 채 발견된다. 사고인지, 자살인지 의심스러운 정황에서 산드라는 용의자로 기소된다.는 결핍을 전면에 내세운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영포티’는 신조어라기보다 일상어가 됐다. 이 단어는 뉴스 창에서 꾸준히 떠돈다.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생각되는 유저나 노숙해 보이는 커뮤니티 성향을 “영포티 아무개 유저” 혹은 “영포티 아무개 사이트”라고 부르곤 한다. 이때의 영포티는 “자기가 젊다고 착각하는 아저씨”라는 뜻의 빈정거림이겠다. 40대 미만 젊은 세대와 40대 이상 늙은 세대가 동거하고 있거나 후자가 주류가 된 인터넷 커뮤니티 안에서의 세대 갈등이 엿보이는 현상이다.내가 이 단어를 처음 본 건 2010년대 중반이었다. 당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Love wins”라는 노래 제목이 논란에 오른 후 공개된 아이유의 뮤직비디오는 역시 많은 말을 부르고 있다. 성소수자들의 구호를 가져다 썼다는 비판 이후 “Love wins all”로 제목이 바뀌었는데, 뮤직비디오에선 이성애자 장애인 배역이 등장한다. 아이유와 방탄소년단 뷔가 각각 말 못 하고 앞 못 보는 이들로 분해 로맨스를 펼친다.MV에는 ‘대혐오’를 표상하는 큐브 조형물이 두 사람을 쫓는 등 해석을 독촉하는 상징들이 직접적으로 연출돼 있다. MV 같은 이미지 콘텐츠를 해석하는 건 케이팝 팬들의 즐거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배우이자 가수인 아이유가 논란에 올랐다. 그는 2년 만의 신보 발매를 앞두고, 앨범 콘셉트와 선공개 곡을 알리는 편지를 써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렸다. 이 편지는 “대혐오의 시대”라는 시대 규정으로 시작해 “사랑하기를 방해하는 세상에서 끝까지 사랑하려 애쓰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라고 쓰여 있다. 그러한 생각을 담은 “Love wins”라는 제목의 ‘팬송’을 소개했는데, 이것이 성소수자 운동의 구호로 쓰이는 문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성소수자 운동의 맥락과 성소수자들의 정체성이 흐려질 수 있다는 얘기인데
[미디어스=고브릭의 실눈뜨기] 을 보며 가장 놀랐던 대사는 1부에서 나온다. 하바를 터트리려는 외계인과의 대결에서 점점 불리한 상황에 몰리지만 마지막까지 싸우자는 어린 이안의 독려를 듣자 썬더(김대명)는 ‘이길 확률 2%...3%’라며 ‘인간의 감정은 놀랍구나’라고 말한다. 김 선생의 명대사를 빌려 말하자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청진기 대면 진단 나온다’던 감독이 20년이 지나 쓴 대사에 ‘뇌수술 당한’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최동훈 감독은 성실하기로 유명하다.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에 나온 내용에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박진영은 지난 연말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유행을 좇아 슬릭백 챌린지를 감행했지만 전혀 미끄러지지 않는 몸동작은 도열한 직원들의 영혼 없는 환호성과 부조화를 이루며 놀림거리가 됐다. 청룡 영화상 축하 공연에선 시종일관 무참하게 음정을 이탈하는 목소리가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는 배우들과 어우러져 폭발적 반응을 불렀다. 이 두 가지 사건은 많은 이에게 웃음을 줬지만 박진영에겐 뼈아픈 경험이었을 것 같다. 그가 평소 음악에 관해 완벽주의를 지향해 왔고, ‘딴따라’를 자임하며 무대에 큰 애착을 피력해 왔